비염→ 각·결막염→ 천식… 고리끊는 ‘설하면역치료’ 각광

입력 2011-07-24 17:35


알레르기성 비염이 각·결막염과 천식을 동반하는 것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두 질환을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알레르기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이를 억제하는 것이 숙제다. 알레르기 행진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알레르기 행진을 막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일상생활 중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면역을 증진시켜 알레르기 치료 효과를 얻는 약물 주사요법도 때때로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란 과민반응을 일으켜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 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새 치료법이 등장해 알레르기 전문가, 특히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재서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이흥만, 박일호 교수,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 등이 사용하는 ‘설하(舌下)면역치료’가 바로 그것.

설하 면역 치료란 독성을 줄인 집 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용액 또는 알약을 혀 밑에 머금어 서서히 면역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양이라 3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한번 처방을 받으면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부작용도 약을 혀 밑에 머금고 있을 때 입안 점막이 약간 화끈거리는 작열감 정도일 뿐 거의 없다.

치료 효과도 매우 긍정적이다. 박 교수는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로 비염을 앓는 환자 98명에게 2008년 봄부터 2009년 봄까지 투약케 하고 1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70∼80%나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번번이 병원을 방문, 피하에 약물을 주사하던 방법과 비슷한 효과다. 더욱이 이 치료는 증상만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원인물질(항원)에 대한 면역을 길러 이후 같은 물질에 노출돼도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게 체질을 바꾸는 것이어서 재발률이 낮다.

설하면역치료는 특히 꽃가루와 집 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꽃가루와 집 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비염, 결막염 및 기관지 천식 환자 △통상적인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피하 주사요법에 의한 전신 부작용 병력 또는 피하 주사요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에게 쓸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설하면역치료는 의사에게 약 처방과 함께 사용법을 교육받은 후 환자 혼자서 사용한다. 공복상태에서 혀 밑으로 정해진 용량의 용액 또는 알약을 넣은 후 1∼2분간 머금어 완전히 용해되면 삼키는 방식이다. 정 원장은 “단 약효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복용 후 30분 동안은 물이나 다른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약은 첫날 1알, 둘째 날 2알 식으로 점차 복용량을 늘려가다 그 다음주부터는 일정량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사용하도록 처방된다. 치료 효과는 6개월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5년차에 절정에 이른다. 치료 도중 약 사용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내에는 현재 1회용 용액 형태의 스타오랄(보령제약)과 슬릿원(오스콜메디켐), 알약 형태의 라이스(신영) 등 3종이 시판되고 있다. 모두 수입품이다. 약값 부담은 월 10만 원 정도.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