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노인종합복지회관장 이호경 안수집사 “노인 섬기는 아빠 멋지다며 딸도 복지사 됐어요”

입력 2011-07-24 18:12


“어서 오세요. 뭐 드시겠어요?”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노인종합복지회관 지하 1층 카페에 들어서니 은발의 종업원이 활기찬 목소리로 맞이한다.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바리스타와 나머지 종업원 3명도 그와 비슷한 나이였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에 당황한 기자에게 이호경(54·일산 거룩한빛광성교회 안수집사) 관장은 “우리 누님들 아름다우시죠?”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카페 맞은편 당구장에서는 1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편을 나눠 당구를 치고 있었다. 예사 실력이 아니었다. 한쪽 편이 이기자 이 관장은 달려가 그들과 연신 손바닥을 치며 “나이스”라고 외쳤다. “저랑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어른도 여기서는 다 친구 같아요. 스스럼없이 대하는 걸 좋아하시죠.”

이 관장을 따라 3층 담소공간으로 올라가니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며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수다를 떠는 노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어르신들도 교육을 받으면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도 잘하세요. 단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리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르쳐드려야 하죠.”

이 관장은 베이비붐 세대(47∼56세, 약 900만명)가 노년기에 들어가는 2020년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15%, 2040년에는 30%가 된다며 한국이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추세로 진행되고 있어요. 노인들이 모여 교제하고 배우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 관장이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4년 일상적으로 참석한 주일예배에서 들은 설교가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 내용은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하고 믿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을 바탕으로 선한 행동을 보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소돔과 고모라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있었지만 믿음을 행하는 의인이 없어 멸망한 것이다.’

이 관장은 그날 밤 잠을 못 이뤘다. “스스로 바람직한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나와 내 가족의 구원과 행복만을 위해 살았더라고요.”

이 관장은 ‘사회 복지’가 나눔에 가장 적합한 학문이라 생각하고 이듬해 동국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복지의 대상을 찾던 중 97년 IMF 구제금융 위기의 여파로 ‘신(新)고려장’이라 불릴 만큼 버려진 노인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본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인복지의 길로 뛰어들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노인들이 설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관장은 9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건립하기 시작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답을 찾았다. 복지관 운영은 종교법인, 사회복지 법인, 재단법인 등에서 위탁하기 때문. 이 관장은 그 일에 교회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노인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격려하는 일은 인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데 교회는 기본적으로 이웃 사랑을 지향하는 공동체잖아요.”

그는 98년 양천 노인복지관 근무 당시 서울 목민교회(김동엽 목사)에서, 2002년 동대문노인복지관장을 역임할 때는 서울 동안교회(김형준 목사)에서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파주노인복지회관은 2005년부터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관장은 담임 목회자와 중직자, 성도들을 설득시키고, 행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왔다.

올해 2월부터 이 관장은 한국노인복지관협회장을 맡았다. 그는 복지관 수를 늘리고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젊은 세대 특히 기독청년들이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의 바람은 우선 가정에서 이뤄졌다. 사회복지사로 노인복지의 길에 들어 선 큰딸이 최고의 동반자가 됐다.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대요. 딸의 말처럼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따라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가끔 잊어버립니다. 늙고 연약한 모습이지만 그 역시 거룩한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사랑하고 섬겨야죠.”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