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오류, 예고된 재앙…대입 대혼란 우려

입력 2011-07-22 23:24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성적 오류는 예고된 재앙이다. 차세대 나이스는 도입 이후 서버 과부하 등 수차례 문제를 일으켰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하기에만 급급했다. 최악의 오류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로 교과부는 전체 고교생 190만명 중 약 1%의 석차가 바뀌고 0.1%의 석차등급이 바뀔 것으로 추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1만7000명 정도로 파악되지만 실제로 각 학교가 다시 한 번 성적을 돌려보면 정확한 피해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등급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교과부 측은 “영향을 받는 학생이 최종 1% 정도”라고 밝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입 일정이다. 대부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학생부 교과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 달 1일까지 열흘가량의 기간 동안 내신 성적 오류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입시 일정 자체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교과부의 늑장 대처도 비난받을 대목이다. 성적 오류는 중학교에서 13일, 고교에서는 18일에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교과부는 22일에야 문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의 성적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리 문제를 공개하고 수정에 나섰더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성적을 다시 공지받을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현장과 소통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면 학교에서 성적표를 두 번 발행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보완·수정 작업이 끝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차세대 나이스 교체에만 투입된 예산이 600억원에 이른다. 최악의 경우 이번 오류로 피해를 본 학생이 교육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여름방학이 시작된 상태에서 성적을 일일이 재확인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의 부담도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성적 재검증과 성적표 재발송은 현장 교사의 몫”이라며 “사고는 교과부가 치고 뒷수습은 학생과 교사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세대 나이스에 대한 일선 교사의 불만은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올 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방학을 불과 며칠 앞둔 이달에도 많은 학교에서 동시 접속하면서 서울·경기 지역 교사들이 내신 성적 입력에 애를 먹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차세대 나이스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이전 나이스를 사용할 때는 이런 오류가 없었는데 차세대 나이스에 여러 항목이 추가되면서 오류가 빈발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