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민간 채권단 첫 참여 ‘손실 분담’
입력 2011-07-22 23:12
유로존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회담 이후 그리스에 1090억 유로(약 165조원)를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추가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은행 등 민간 부문도 2014년까지 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에 참여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합하면 지원 규모는 1590억 유로(약 241조원)에 달한다. 민간 부문이 유럽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320개 은행·투자회사를 회원으로 둔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발적 국채 교환과 그리스 정부가 제시할 환매 계획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IIF는 2019년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15~30년 만기 국채로 교환·차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민간 부문 참여는 그동안 그리스 추가지원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 보험 등 민간 채권단도 2차 지원에 참여해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프랑스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민간 참여가 신용평가사의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SD)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민간채권단 참여는 그리스에 한해 1회성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 급한 그리스는 살리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구조적인 해결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재정안전기구(EFSF)를 유럽판 IMF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EFSF가 제공하는 구제금융 만기를 현재 7년반에서 15~30년으로 늘리고 금리도 4.5%에서 3.5%로 낮춘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아일랜드도 같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또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의 국채를 시장에서 사들여 위기관리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간 부문 참여 결정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그리스에 대해 SD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디폴트에 대한 불안감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채권 시세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