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기능 마비된 ‘정쟁 5개국’… 美 포린폴리시誌 소개

입력 2011-07-22 19:05

채무한도 증액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 중인 미국 의회를 전 세계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미 의회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걸까.

여야 간 싸움 등으로 기능이 마비된 5개국 의회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벨기에=무책임의 대표적 사례는 벨기에 의회다. 벨기에는 지난해 6월 총선 이후 1년 넘게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서 다수당이 나오지 않아 연정 수립이 필요한데, 양대 정당은 갈등 중이다. 두 정당은 각각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부유한 북부와 프랑스어를 쓰는 가난한 남부가 기반이다. 언어가 다르니 상대 정당 의원과는 대화도 잘 나누지 않는다. 연정 협상은 8차례 결렬됐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 못하는 나라라는 낙인이 국제사회에서 찍힐까봐 재선거 제안도 못하고 있다.

◇일본=힘없기로는 일본 의회가 가장 두드러진다. 의회의 무력함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의원 누구도 원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 관료나 도쿄전력 관계자를 호되게 몰아붙이지 못했다. 국가 채무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어떤 입법 활동도 보이지 않는다. 의회가 힘없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행정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의회가 최고 입법 기구라는 것은 이론상의 말뿐이고, 실제로 의회는 관료사회에 종속돼 있는 측면이 강하다.

◇대만=여야 간 반목이 극심한 곳은 대만 의회다. 양대 정당은 서로를 반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멸’하고 있다는 평가다. 난투극은 이곳 의회의 오래된 전통이다. 의회는 10여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상황에서 온 나라가 국채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애쓸 때도 천수이볜 전 총통 탄핵에 급급했다.

◇이라크=이라크 의회는 정파, 종파 간 갈등으로 국가 재건에 필요한 핵심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유전 개발 및 투자 방식을 총망라하는 석유법이 2007년 마련된 뒤 4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의회에 계류 중이다.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에서 나온 유전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세력 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의회 구성 자체도 수니파의 잇따른 총선 보이콧으로 지난해 12월에야 이뤄졌다.

◇아프가니스탄=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곳은 아프간 의회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법원에 총선 결과에 관한 조사를 요청해 결과적으로 의원 62명을 사퇴시켰다. 의원들은 카르자이를 두려워해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