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모주 변수에 다시 꼬이는 우리금융 민영화… 인수 나선 사모펀드 “못 믿을 정책” 당황

입력 2011-07-22 18:56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다시 꼬일 조짐이다. 정치권에서 불쑥 제기한 국민공모주 방식이 논란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각종 논란에도 마치 손놓고 방관하는 듯한 당국의 태도로 인해 “우리금융 매각이 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공모주 방식이 개진되면서 가장 당황한 쪽은 바로 인수 의사를 내비친 사모펀드들이다. 인수전 참가를 선언한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등 3곳이다.

이들 펀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당국이 사모펀드의 인수 의사에 대해 유효경쟁이 성립됐다고 한 와중에 국민공모주 방식이 제기되면서 추후 제대로 된 경쟁이 진행되겠느냐는 우려가 높다. 또 국민공모주 방식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면 우리금융 매각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변호사와 회계사의 자산실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해당 펀드들은 여당대표의 국민공모주 방식 제기에도 불구하고 인수전 참여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티스톤파트너스의 민유성 회장은 22일 “여러 의견이 미리 개진되는 것이 어쩌면 나을 수도 있다”고 각종 대안의 공개화를 주장했다. 민 회장은 “국민공모주에도 장단점이 있고 펀드도 충분한 대안으로 검토되는 등의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정면돌파를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우리금융 매각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공모주 방식이 공론화되면 될수록 사모펀드 매각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민공모주 방식이 제기됐다는 것 자체가) 론스타 사례처럼 사모펀드의 금융회사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인해 준 꼴”이라며 “사모펀드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곳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매각이 정치적 논란으로 넘어간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친서민 행보 차원에서 국민공모주 방식이 제기됨에 따라 결국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전에 정치적 해법을 찾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당국의 의지 자체가 약하다는 시각도 많다.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관료들이 많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KB금융지주 등 대형사들의 참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 경쟁구도를 탐탁지 않게 본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사모펀드는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세욱 전웅빈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