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유니폼… 추억을 던지고 세월을 날렸다
입력 2011-07-22 22:57
경남고-군산상고, 1976년 청룡기 결승전 재현
‘황금의 팔’ 최동원(53), ‘홈런왕’ 김봉연(59), ‘오리궁둥이’ 김성한(53),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56)씨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22일 오후 7시 서울 목동구장에서는 2011 레전드 리매치 ‘경남고 vs 군산상고’ 대결이 열렸다. 7080세대의 대표적 문화코드였던 고교야구 역사에서 가장 기억나는 경기 중 하나로 꼽히는 1976년 청룡기 결승전을 35년 만에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두 고교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은 회상에 젖은 모습이었다. 군산상고 출신인 김봉연 극동대 교수는 “고교시절 때와 디자인이 약간 다르지만 이 유니폼을 입은 것 자체가 감격”이고 전했다. 김성한 CMB 해설위원도 “군산상고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 유니폼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화답했다. 이에 경남고 출신인 김용희 SBS ESPN 해설위원은 “우리 학교 유니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 자체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자랑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선수 시절의 기억으로 이어졌다. 김성한 위원은 “청룡기 당시 최동원의 공을 때리지 못해 예선전에서 졌고,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간 결승전에서도 경남고에 패했다”고 회상했다.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 KBO 경기감독관도 “첫 경기에서 삼진 20개를 잡았고, 결승 때도 삼진 12개를 기록하며 우리가 승리했다”면서도 “군산상고는 최고의 팀이었기 때문에 공 하나에 신중을 다해 던졌다”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전통의 라이벌답게 당초 과거를 회상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데 의미를 두자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승부욕이 발동됐다. 4회까지 군산상고가 좌익수 실책으로 0-4까지 뒤지자 군산상고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우리는 역전의 명수”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경남고에서도 5회말 1루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을 때는 심각한 모습의 허구연(60) 감독이 직접 포수를 불러 작전 지시를 하는 장면도 나왔다. 건강상 문제로 마운드에 나서지 못한 최 감독관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7회초 패색이 짙자 김용희 위원이 “상대가 투수를 2이닝씩 던지도록 한 규칙을 위반했다”며 주심에 항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군산상고가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잇단 실책으로 위기를 맞이했을 때는 김봉연 교수가 마운드로 걸어 나가 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아 “집중하자”고 다그치기도 했다. 경기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별명에 걸맞게 7대 5로 역전승을 거두며 35년 전 청룡기 때의 패배를 설욕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