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시간 끌기?… 명맥만 유지 부산저축은행 수사
입력 2011-07-22 18:43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활기 있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이달 초를 기점으로 급격히 추진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는 언론 눈에 띄지 않는다고 수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최근 중수부가 새롭게 혐의를 밝혀 사법처리한 인물은 거의 없다.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추진한 부동산 사업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지방 방송사 기자, 한정식 집 주인, 저축은행 대주주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전직 직원 등이 전부다. 공무원으로는 인천 효성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4000만원을 받은 인천시 5급 사무관이 유일하다.
중수부는 대신 이미 구속한 이들을 보강 수사해 공판에 넘기는 등 재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전 총장이 중수부를 ‘상륙 직전의 해병대’에 빗대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던 것과 거리가 있다. SPC 담당 2개팀, 로비팀, 추가 비리팀, 환수팀 등에 검사 20여명을 포함해 14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기세등등하게 치고 나가던 수사가 어느 순간 거북이걸음으로 돌아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 전남 신안 개발 사업 등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쏟아졌지만 정작 수사팀은 “의혹은 의혹일 뿐 수사는 증거로 말해야 한다”며 시큰둥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내부적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 진행 중에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차기 총장이 아직 취임하지 않은 과도기에 공격적 수사를 벌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곧 있을 검찰 인사도 변수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중수부가 수사 범위와 마무리 시점을 놓고 여론과 여러 상황을 살피고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새로 올 검찰총장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는 걱정하지 말라”며 “내실을 기해 죄를 저지른 자들이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하고,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한 수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