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북미대화→6자 재개… 첫 단추는 채워졌다
입력 2011-07-23 00:08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2년7개월 만에 접촉 안팎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2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가 ‘전격’ 회담했다. 또 북·중, 미·중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고,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23일로 예정돼 있다.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핵심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교차로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모양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용호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발리 웨스틴 호텔에서 만났다. 북측은 앞서 이 부상이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공식 임명됐음을 우리 측에 알려왔다. 회담 후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으며, 내외신 기자들에게 결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 부상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05년 6자회담 때 채택한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북핵 폐기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담으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우리 측의 3단계 6자회담 재개방안 가운데 첫 단추가 꿰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추구해 오던 3단계 접근의 중요한 일보가 됐다”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오해가 있었던 부분을 푸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위 본부장은 이 부상에게 북핵 프로그램 폐기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경제지원 등을 일괄 타결하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정책에 대해 설명했고, 북측의 ‘오해’를 다소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회담에서 언급됐는지를 묻자 “제기할 문제는 모두 제기했다”고 답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흔쾌히 응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남북 외교수장인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이 비공식적으로나마 발리에서 조우한다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8·15 광복절을 맞아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만남으로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북한의 진짜 속내가 남북대화를 ‘징검다리’ 삼아 북·미대화 성사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상이 기자들에게 북·미관계 정상화가 명시된 9·19 공동성명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병행 여부에 “지금 답변하기 어렵다”며 “오늘 협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소화한 뒤 이번 ARF 회의 기간 다른 관련국들과도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북은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거나, 차기 비핵화 회담을 개최할지 여부는 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