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파업 안돼”… 기아車 임협 무파업 타결 뒤엔 ‘아내의 힘’?
입력 2011-07-22 23:31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는 김모(43)씨는 지난해 노사협상이 원만히 타결됨에 따라 회사에서 주식 120주를 받았다. 당시 4만7900원이던 기아차 주식은 22일 종가 기준 7만7300원으로 61.3%나 올랐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도 아내가 “절대 파업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물어보니 그 역시 아내가 “파업하기만 해 봐!”라고 으름장을 놨다고 했다. 파업하지 않으면 두둑한 가욋돈이 생기기 때문에 가족들도 회사 경영진 못지않게 노사관계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씨는 “파업을 안 하면 나와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도 회사 주식 80주를 받을 생각에 들떠 있다.
과거 파업과 노사분규의 대명사였던 기아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아차는 22일 전날부터 진행된 임금협상 7차 본교섭에서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는 기본급 9만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주식 80주 지급에 합의했다. 임금 인상분과 성과·격려금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성과금 100%와 격려금 700만원은 협상 최종 타결 즉시, 나머지 성과금 200%는 연말에, 주식 80주는 10월에 지급된다. 주식은 회사가 주식시장에서 직접 매입해 나눠준다. 직원들은 지급받은 즉시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이번 협상 타결로 기아차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 16년차 기준으로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 평균 2000여만원을 더 받게 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기본급 7만9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300%+500만원, 주식 120주 지급에 합의했다.
기아차 노사가 보름 만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던 건 사측의 ‘당근’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사측 협상대표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형식적인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한 뒤 밀고 당기는 식의 이전 관행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노조가 파업을 안 하면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정책이 먹혀들었다. ‘회사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6800억원, 순이익 2조25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총 124만1047대를 팔아 반기 기준 최대 판매 실적도 올렸다.
지난 19일 사측이 노조에 건넨 1차 협상안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300%+600만원 지급, 무분규 타결 시 주식 지급이었다.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노조는 사측 제시안보다 기본급 5000원, 성과·격려금 100만원 늘어난 잠정 합의안을 제시했다.
기아차의 무분규 교섭은 파업과 노사분규로 유명한 현대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임협 외에 2년마다 돌아오는 단체교섭도 남겨두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현대차만 아직 임협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611원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금 지급, 상여금 750~800% 인상, 학자금·진료비 지원 규모 및 장기 근속자 예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기아차를 상회하는 수준의 합의를 도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5조2670억원)을 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