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주한美대사 내정자 인준청문회… 부적격 인물 사전에 걸러 비리 폭로·여야 격돌 없었다

입력 2011-07-22 18:27

미국 상원의 공직자 인준청문회에서 내정자의 개인 비리를 들추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청문회를 활용해 정치적 쟁점화를 시도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인준청문회에는 내정자의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척들이 참석한다. 21일(현지시간) 열린 성 김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청문회에도 부인 정재은씨와 두 딸, 형과 조카 등이 참석했다. 청문회 위원장인 짐 웹 아·태소위원장은 성 김 내정자에게 가족들을 소개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미국을 대표해 대사로 부임하게 되는 남편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가족이 자랑스러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절차다. 성 김 내정자도 “가족들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질문들도 공직 수행 또는 현안과 관련된 견해가 대부분이다. 웹 위원장이 성 김 내정자에게 물어본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견해와 한국 경제 평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 북한 권력승계와 추후 도발 가능성, 대북 식량지원 여부, 한반도에서의 중국 역할 등이다.

인준청문회에서 여야가 격돌하거나 정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책에 대한 견해가 다르면, 논리적 싸움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대부분 의회와 행정부 간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다.

성 김 내정자 청문회는 40여분 만에 다소 ‘싱겁게’ 끝났다. 부채상한 증액 협상이라는 메가톤급 현안 때문에 사실 미 의회가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교위 내에서 인준 반대 의견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국회와는 달리 매끄럽게 진행되는 이유는 인준청문회가 절차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청문회 이전 단계에서 관계기관이 검증하고, 이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정치적으로 부적격한 인물은 탈락된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2009년 1월 상무장관으로 지명됐었다. 그러나 언론은 특정기업과의 유착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 조금씩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자 상원은 청문회 날짜를 잡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무언의 거부의사를 밝혔다. 결국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청, 자진 사퇴했다.

물론 인준 절차가 정치에 휘둘리기도 한다. 지난 3월 주중 대사로 지명된 중국계 게리 로크는 5월말에 청문회를 거쳤으나 아직 인준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상한 증액 협상 등으로 날을 세우고 있어 최종 절차를 밟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