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법원의 야스쿠니 합사 옹호 황당하다

입력 2011-07-22 18:35

그제 나온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의 판결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야스쿠니 신사의 2차대전 전몰희생자 합사(合祀) 명부에 올라있는 김희종씨 등이 신사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합사 폐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김씨 등이 합사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해서 손해배상이나 행위중단 등 법적으로 구제하면 종교적 행위를 제약하게 된다는 요지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제사 지내는 잘못된 행위를 종교적 자유라며 두둔한 것이다. 판결대로라면 일본 신사는 산 사람 아무나 임의로 제사 지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신사 측이 김씨의 영새부(靈璽簿) 정정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일본 법원은 “교의상 극히 신성한 영새부를 정정할 수 없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합사자 명부가 3개 있다고 한다. 영새부봉안전에 보관 중인 영새부와 사무용으로 이를 복사해둔 제신부(祭神簿), 편의를 위해 카드식으로 만든 제신명표(祭神名票). 신사 측은 이 중 제신명표의 김씨 이름 옆에 ‘생존 확인’이라고 적어 넣었지만 영새부와 제신부에 대해서는 “신의 영역이므로 어떤 표기도 수정할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판결에 원고 측 일본인 변호사조차 “종교의 자유만 내세우고 일본이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이들이 내린 최악의 판결”이라며 “같은 일본인으로서 부끄럽다”고 촌평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더 우경화, 보수화되고 있는 일본 법조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 법원은 그동안 일본군위안부나 강제징용자 등에 대한 재판에서 대부분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려 왔다. 이번에도 오류가 명백히 드러난 합사 행위를 옹호함으로써 진실의 반대편에 섰다. 야스쿠니 신사의 잘못을 인정할 경우 ‘일왕 숭배’를 바탕에 깔고 있는 합사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 보편성과 상식에서 벗어난 황당무계한 판결은 법원의 존엄을 갉아먹을 뿐 결코 진실을 뒤엎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