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납세자’에 선정된 치과의사 박윤규씨 “번 돈의 일부 남에게 돌려줘야죠”

입력 2011-07-22 18:51

“내가 받는 돈의 일부를 ‘내 것이 아니라 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22일 국세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된 치과의사 박윤규(46)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어색해했다. 하지만 박씨의 삶을 돌아보면 성실 납세자를 넘어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씨는 철도공무원으로 재직하던 1984년 불의의 열차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당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학원 등록을 한 지 3일 만에 겪은 사고라서 박씨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낙천적인 박씨는 역경을 이기기 위해 긍정적 마인드를 갖기 시작했다. “철도 사고에도 다리만 다친 게 어디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불구가 아니라 불편할 뿐이다.”

결국 신체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고가 난 지 4년 만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박씨는 이후 마산에서 치과를 개원한 뒤 “덤으로 사는 제2의 인생”으로 여기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당시 마산대 강의를 나가며 알게 된 가난한 제자들을 돕기 위해 학기당 2명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후 15년째 이어져 온 연례행사가 됐다.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은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돼 박씨를 찾아 고마움을 표시하곤 한다. 주변의 의뢰로 교도소 재소자에게 무료 틀니 시술을 해주기도 하고 지난해와 올해에는 베트남의 불우이웃을 위해 자신의 달란트를 아낌없이 쓰고 왔다.

그가 가진 납세관도 이웃에 대한 시선과 다르지 않다. 박씨는 “능력으로 번 돈의 일부는 남에게 돌려줘야 하고 그것이 선행이든 과세든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에도 정부로부터 성실납세자상을 받은 바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부유층의 탈세 행각에 대한 생각도 뚜렷했다.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꿔야 하겠지만 그들도 그 위치에 해당하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베풀고 나눠준 만큼 자연스럽게 대접받지 않을까요.”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