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바이올린으로 나홀로 연습, 美 명문음대 합격…바이올리니스트 정혜지씨

입력 2011-07-22 23:19


‘미국 노스텍사스대와 캠벨스빌대 전액 장학생, 줄리아드와 더불어 뉴욕을 대표하는 전통의 맨해튼 음대 합격….’

부산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정혜지(20)씨가 100만원짜리 바이올린으로 이룬 성과들이다. 정씨는 미국의 3개 대학 오디션에 ‘고물’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미국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아보지 못했다. 부산 수영로교회 선배 음대생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고교 과정도 검정고시로 마쳐야 했다.

그녀는 유명 연주자들의 CD를 구입해 하루 종일 들으며 나홀로 연습을 거듭했다.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을 귀에 익힌 뒤 같은 음이 날 때까지 연습을 했다. 활을 당기고 쉬는 동작을 통해 강약과 빠르기를 조절하는 기법도 유명 연주자의 동영상을 보면서 배웠다. 그녀는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나요. 그들의 감정이 바이올린 선율에 제각기 다르게 녹아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후 부산에서 각종 콩쿠르에 입상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결국 유학을 결심했다.

다행히 2009년 켄터키주 캠벨스빌대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이후 독학으로 IBT토플을 공부해 40여일 만에 미국 종합대학이 요구하는 80점 이상을 딴 뒤 노스텍사스대로 옮겼다. 이 대학의 필립 루이스 교수는 “더 좋은 지도자 밑에서 배우라”며 맨해튼 음대에 추천서를 써주었다. 루이스 교수는 추천서에 “미국에서도 1%에 포함되는 영재이니 훌륭한 연주자로 키워 달라”고 적었다.

그러나 학기당 4만 달러에 이르는 유학경비가 걸림돌이었다. 사정을 전해들은 부산지역 기업인·의사 등이 정씨 돕기에 나섰다. 23일 오후 7시30분 부산 엘레브선교센터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계기로 후원회를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후원회 결성을 준비하는 경성대 이성휘(59·신학) 교수는 “세계의 중심인 미국 뉴욕에서 꿈을 펼치려는 혜지를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연주자를 꿈꾸고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아이러브 락앤롤(I Love Rock N Roll)’을 밴드와 함께 전자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우리 민요 ‘아리랑’을 밴드와 바이올린으로 들려준다. 정씨는 “음악에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깊이 담아내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재미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