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워킹맘”… 전업주부들 꿈같은 인생 2막

입력 2011-07-22 17:55


결혼·육아로 직장 떠난 엄마들 재취업 돕는 ‘새일센터’

“꿈이 생겼습니다. 전에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하고 있어요. 둘째를 낳기 위해 6년 전 일을 그만 뒀다 다시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어요.”(송미경·39·서울 신길6동)

“쉰 넘은 나이에 전공을 살려 취업했습니다.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었으니 28년 만입니다. 나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요즘 기운이 부쩍 납니다.”(박현신·54·경기도 용인 보정동)

“인생을 새로 찾은 것 같아요. 남편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우울증에 걸렸었거든요. 16년 만에 다시 돈을 벌면서 아이들과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김혜영·41·광주 신창동)

결혼해 아이 키우고 살림하느라 일을 그만두었다 재취업에 성공한 ‘전직 전업주부’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톡톡’ 터지는 웃음소리는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2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 덕분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자동차부품제조회사에서 올 4월부터 선바이저 조립을 하고 있는 김혜영씨는 “광주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선생님들을 지금은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사기꾼들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아파트 단지로 찾아와 놀고 있는 주부들을 취업시켜준다고 하니 쉽게 믿기지 않았던 것.

결혼 전 6년간 사서로 일했던 박현신씨는 늘 가슴 속에 도서관을 품고 있었다면서 “용기 내서 일할 수 있도록 북돋워 줘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이력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몰라 경기새일센터를 찾았다 추천을 받아 용인시립도서관에 지난 5월 취업했다.

치과간호사로 일했던 송미경씨는 법무사 사무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사무장까지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다. 3월에 취업한 그는 “영등포새일센터에서 법무사 사무원 특강을 들었는데, 취업까지 알선해 줬다”면서 새일센터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줬다고 고마워했다.

새일센터는 여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결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해 2009년 마련했다. 서울 19곳을 비롯해 전국에 90개가 있다. 센터마다 직업상담사 2명, 취업상담사 5명이 상주하면서 직업상담, 직업훈련교육, 취업알선은 물론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복지 사업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새일센터를 통해 재취업한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에만 10만2000명이나 된다.

경기새일센터 운영총괄 봉미란씨는 “새일센터 취업률이 높은 것은 인턴제도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인턴제도는 기업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면 6개월간 월 50만원의 보조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재취업 벽이 높은 주부들은 일단 취업이 되면 젊은이보다 열심히 일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주부를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다 정식직원으로 고용하는 비율이 높다.

광주새일지원본부 조미희씨는 “나이 경력 국적에 관계없이 우리나라에 살면서 일을 다시 하고 싶은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며 “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새일센터 문을 두드리라”고 말했다. 결혼이민여성들의 취업도 돕고 있다는 얘기다. 국번 없이 1544-1199로 전화하면 취업상담도 해주고, 지금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새일센터도 소개해준다.

영등포새일센터 김현일 팀장은 “전문가들이 개인의 경력과 학력, 능력에 맞춰 상담을 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무료 제공한 뒤 취업 알선,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종합취업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는 취업 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가사와 양육을 돕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센터별로 차이는 있지만 반찬지원서비스, 방과후 교실 운영, 가족체험학습, 보육도우미 파견 등을 하고 있다.

영등포새일센터의 가족체험학습 프로그램은 센터 프로그램 수강자 및 구직자는 무료이고, 취업자는 1인당 1만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남부새일센터의 방과후교실은 학기 중 오후 1∼8시, 방학 중 오전 8시30분∼오후 8시 운영하며, 이용료는 월 17만원이다. 센터 프로그램 수료 후 구직 신청자 및 취업자는 이용료의 20%를 지원해준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강북새일센터의 아이돌보미 프로그램의 경우 센터 프로그램 수강자는 교육시간 동안, 취업자에게는 하루 5시간씩 각각 최대 8주 동안 보육도우미를 파견해준다. 이용자는 차비만 부담하면 된다. 거주지역이 아닌 곳의 새일센터를 이용해도 되므로 꼭 필요한 서비스를 하는 곳에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표 참조).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