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짜리 꿈을 꾼 것 같아요”…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선 밴드 ‘엠플렉스’

입력 2011-07-21 19:20


아무도 이들을 몰랐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 음악 프로그램(Mnet ‘엠사운드플렉스’)에서 반주를 맡은 무명 밴드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위상은 현격히 달라져 국제무대까지 진출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재학생과 동문으로 구성된 11인조 밴드 ‘엠플렉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밴드는 한국팀 최초로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재즈 축제인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7월 1∼16일) 무대에 섰다. 그것도 팝의 거장 퀸시 존스(78)의 ‘구애’를 받아 참가한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20대로만 구성된 한국의 젊은 뮤지션들이 ‘사고’를 친 것이다.

20일 밴드 최고 연장자이자 베이시스트인 이수형(28)과 메인 보컬 정승원(23)을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만났다. CJ E&M은 지난 4월 퀸시 존스 방한을 성사시켜 그에게 엠플렉스를 소개한 회사로 이번 페스티벌 참가에도 조력자 역할을 했다.

지난 11일 출국해 18일 귀국한 두 사람에게 우선 페스티벌 참가 소감을 물었다. 이들은 “일주일짜리 꿈을 꾼 것 같다”며 흥분했다. 마음은 여전히 스위스에 있는 것 같았다.

“무대에 딱 올랐는데 ‘저 동양인 아이들이 뭘 보여줄까’ 하는 관객 시선이 느껴지더라고요. 원래 긴장 안 하는데 제압당한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무사히 잘 치러낸 것 같아요(웃음).”(정승원)

1967년 시작돼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매년 23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페스티벌이다. 올해엔 B.B 킹, 스팅, 조지 벤슨 등 전설적 뮤지션들이 참가했다. 엠플렉스는 ‘나이트 오브 글로벌 검보(A Night Of Global Gumbo)’라는 무대에 섰는데, 이 무대는 퀸시 존스가 전 세계에서 선발한 신예 뮤지션 5팀을 소개하는 행사였다. 공연이 이뤄진 장소는 3000석 규모의 ‘스트라빈스키홀’로,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40만원에 달한다.

“중학교 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는데, 제가 그 무대에 서니 진짜 실감이 안 났어요.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유학을 가야 할지 그동안 갈피를 못 잡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에 나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확실히 섰어요.”(이수형)

정승원 역시 페스티벌 참가를 계기로 느낀 바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음악을 즐기면서, (누굴 따라하지 않는) ‘나만의 음악’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등 무수한 음반을 프로듀싱한 퀸시 존스와의 인연은 스위스에서도 이어졌다. 퀸시 존스는 엠플렉스의 공연이 끝나자 방한 당시 배운 우리말로 “예쁘다”고 칭찬했다. 다음날엔 인근 별장으로 엠플렉스를 불러 함께 시간을 보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엠플렉스 멤버들에게 퀸시 존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걱정하지 마라. 곧 다시 보게 될 것이다(Don’t worry, I’ll see you again).” 어쩌면 음악적 역량을 갖춘 ‘진짜’ 한류가 엠플렉스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