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장에선 와인… 집에 돌아와 라면” 임기모 駐자메이카 대사 ‘외교관의 솔직 토크’ 책 펴내
입력 2011-07-21 19:20
‘근사한 리셉션장에서 와인을 들고 우아하게 대화하다 집에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고,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 예산이 제때 오지 않아 두세 달치 월세가 밀려 항의도 받고….’
현직 대사가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는 외교관 생활의 속살을 드러냈다.
임기모(47) 주자메이카 대사대리가 20년간 외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관의 솔직 토크’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영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황당한 경험들, 일 때문에 소홀했던 가장 역할, 그래서 부인과 두 딸에게 느끼는 미안함 등을 외교관, 가장, 그리고 해외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곳저곳 해외 생활을 하느라 아버지 어머니 장모의 임종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야 빈소에 도착해야만 했던 아픈 기억, 다른 외교관이나 아이들 친구들 집에 초대받았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그들을 다시 초대하지 못했던 심정 등이 잔잔하게 쓰여 있다. 수년 전 내란에 휩싸인 아프리카 한 공관에서 직원 주택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달라는 공문이 날아왔지만, 예산 부족으로 방치했다가 실제 포탄이 날아든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공직사회에서 빚어지는 지연과 학연주의의 병폐도 지적했다. 그는 “눈알을 돌려가며 출신학교와 지방색 같은 폐쇄적인 잣대로 사람 사이를 구분 짓는 나라는 개발도상국을 빼면 대한민국뿐”이라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는 외무고시 25기로 1991년 입부해 상하이 영사, 과테말라 참사관 겸 영사, 주미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 미주개발기구(OAS) 상임 옵서버 등을 거쳤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