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고위 당·정·청 회의… 등록금 완화·물가 안정, 한나라 ‘민생 드라이브’

입력 2011-07-21 19:06

한나라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압박하며 본격적인 친서민 정책 행보에 나섰다. 정부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을 국회로 불러 물가 안정, 등록금 인하, 복지 확대 등 다양한 요구도 쏟아냈다.

여권은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당·정·청 관계를 당이 주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해석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당의 입김이 강해졌다.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당·정·청은 ‘민생 예산 당정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정부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당이 관여해 민생 예산이 반영된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서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도 본격화됐다. 먼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소득 구간별 차등 지원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필요성도 거론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 기준을 완화해 수급자를 늘리고,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또 영세 사업자와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 문제, 기초생활보호대상 자격 완화 문제 등도 추후 당정협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내년 예산에서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여 복지에 쓰고, 재정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의 정부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여당 지도부는 하반기 경제운영 우선순위를 물가에 두고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했다. 정부 측은 독과점 시장구조·유통구조 개선 및 공기업 경영 혁신을 통해 공공요금 등의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자재값이 급상승할 경우 관세의 부분적 인하를 통해 충격을 흡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쏟아냈다. 고용노동부가 파견·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신청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보고했다. 하지만 당측 인사들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대기업의 정규직·비정규직 채용 비율 공개, 사내 도급 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법적 명문화 등 구체적 해결책 도입을 요구했다.

감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홍준표 대표가 “추가감세 철회는 당 입장이다. 정부에서 (당과) 다른 얘기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장관은 “앞으로 당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일단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요청에 “8월 국회에서 중점을 두고 처리하겠다”고 했다.

회의에는 홍 대표와 김황식 국무총리,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9개 부처 장·차관 등 50여명이 참여해 매머드급으로 열렸다. 정부 측 관계자들은 회의 시작 10분 전부터 도착해 대기했지만 여당 의원 3명은 아예 회의에 불참했고 몇몇 최고위원은 시작된 뒤에야 느지막이 회의장에 도착해 당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 인사들은 “바쁜 사람 불러놓고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