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웃을때 은행株 눈물… “문제는 도넘은 규제”

입력 2011-07-21 21:18


은행업종을 10년 가까이 담당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 A씨는 요즘 잇따른 금융 당국의 은행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들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올해도 은행업 주가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A씨는 “은행업은 규제산업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등 각국에서 은행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금융 당국 수장들의 발언은 금융감독의 범위를 벗어난 데다 방향도 잘못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대마진, 금리, 배당성향 같은 은행 경영판단의 핵심까지 금융 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라는 시장경제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압박’이 은행의 수익을 서민금융이나 사회공헌활동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은행업종의 심대한 정책 리스크는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업종 통합지수는 328.24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1월 2일 기록했던 334.75에서 2%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435.26에서 2145.04로 49.5%나 높아졌다. 은행업종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6.99를 기록한 뒤 6개월 만에 금융위기 발생 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후 성장이 멈춘 상태다.

시중은행들의 깜짝 실적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이례적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시중은행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신증권은 KB금융과 신한지주, 기업은행, BS금융의 실적이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당국의 과도한, 빗나간 규제 외에는 은행업의 부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는 위로 오르지만 은행주들은 옆으로 ‘기어가고’ 있습니다. 도를 넘은 감독·규제가 은행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시중은행이 아니라 제2금융권의 문제인데도 정부의 규제가 은행만을 겨냥해 은행주가 부진하다는 진단도 있다. 그는 “2006년 전체 가계 대출에서 은행이 차지하던 비율이 80%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48%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새마을금고와 신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우려된다면 시중은행들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담보인정비율, 신용등급 등 안전장치가 느슨한 제2금융권을 조절하는 것이 옳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규제보다 은행주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시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0.9배로, 순자산가치가 100원이라면 시장에서는 85∼90원 정도로만 저평가되고 있다”며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점인데 정부 규제가 이를 막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빗나간 규제에 길들여지면 장기적인 성장이나 투자가 어려워진다”며 “금융산업 선진화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사회공헌·서민금융 지원을 늘리라거나 배당금액 적정 여부는 금융 당국의 임무를 넘어선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적 성격의 업무를 제도화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금융권을 압박해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경원 황세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