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도 전에 진통… ‘저축銀 국조’ 싹이 노랗다

입력 2011-07-21 21:25


증인채택 문제로 파행을 거듭 중인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장 및 문서검증, 기관보고 일정 등을 담은 국조실시계획서를 의결했다. 그러나 여야는 핵심사안인 증인 채택 범위와 청문회 일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향후 국조가 정상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양측은 마주앉자마자 거친 설전을 펼쳤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삼화저축은행 불법자금의 한나라당 전당대회 유입설에 연루된 이영수 KMDC 회장 등의 자세한 신상과 의문점을 일일이 열거했다.

우 의원은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의원 5명과 미얀마에 갔고 이후 KMDC가 미얀마에서 4조원짜리 해상광구 4개 동시 탐사개발권을 획득했다”며 “태권도협회 회장이 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가 이씨를 협회 특보로 앉혔고, 둘이 미얀마도 다녀왔다. 이런데도 증인으로 받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같은 당 박선숙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날 한 강연회에서 “거론된 사람들 모두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되는데, 야당이나 여당 모두 증인을 빼려고 한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다 넣고 하자. 어떤 증인도 빼지 말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백용호 정책실장, 이동관 언론특보 등 청와대 실세들도 반드시 불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증인 채택 요구의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이종혁 이진복 의원 등 부산지역 의원들은 야당이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 17명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의혹만 던질 게 아니라 이 자리에서 밝히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설전 끝에 민주당이 요구한 이영수 회장과 정 전 수석 등의 증인 채택에는 사실상 동의했지만 불똥이 이상득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튀는 것은 철저히 경계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은행 회장과 친구라는 이유로 이상득 의원이 로비를 받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박지만씨 부인인) 서향희씨는 남편이 특이한 인물이라는 이유로 증인으로 나오라 하는데 서씨와 같은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는 1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고승덕 의원은 “신안월드 사건만 들여다봐도 땅값을 10배나 부풀리고 이중계약서 쓰고 하는 식으로 2300억원 중 600억원이 증발했다”며 “이 과정에 K의원 등 민주당 실세 의원들이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양측이 증인채택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국조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조 무용론’도 나온다.

여야는 국조 실시계획서에 따라 25일 부산저축은행 현장방문 및 부산지방국세청 문서검증, 26일 보해저축은행 현장방문 및 광주지검 문서검증, 28∼29일 감사원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문서검증, 다음 달 2∼3일 국무총리실 등의 기관보고, 10일 종합질의, 12일 결과보고서 채택 순으로 국조를 진행한다.

엄기영 김원철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