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청장 ‘소방방재청 불’ 끌까… 일선 소방서장, 前 청장 공개비판 등 내분 활활

입력 2011-07-21 22:01

박연수(58) 소방방재청장이 21일 결국 낙마했다.

류충 전 충북 음성소방서장이 지난 6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 등에 ‘서민 중심의 119 생활민원 서비스를 경시하는 소방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지 보름 만이다.

류 전 서장은 이후 사표를 냈으나 충북소방본부는 ‘본부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소방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는 류 전 서장의 주장을 지지하는 댓글 수백건이 올라왔다. 전직 소방관들로 구성된 소방발전협의회와 소방공무원을 사랑하는 모임(소사모) 등 소방 관련 단체들은 류 전 서장에 대한 지지 서명과 성금 모금에 나서는 등 박 전 청장 몰아내기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소방간부후보생 2기로 현 소방방재청 산하 소방관 중 최고위직인 이기환(56) 차장을 신임 청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이 청장 내정자는 오는 9월로 예정된 한국소방안전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었다. 앞서 이 내정자는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참석키 위해 출장을 갔으나 전날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과음해 이튿날 열린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소방방재청 내 소방직과 일반직 공무원의 암투에서 소방직이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1986년 소방서장으로 화재진압 현장을 지휘하다 순직한 부친과 자신에 이어 지난해 공채시험에 합격해 소방관이 된 아들까지 3대가 소방가족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사표를 낸 류 전 서장이나 이 내정자, 이를 지지하는 소방관 대부분이 소방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박 전 청장을 비롯한 소방방재청의 주요 간부 대부분은 고시 출신이거나 행정에서 잔뼈가 굵은 일반직 공무원이다.

소방직 공무원들의 지원사격은 신임 청장의 프로필 자료를 배포하면서 극에 달했다. 이들은 이 내정자에 대해 ‘최초로 현직 소방관으로서 소방총감에 올랐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소방관 출신의 첫 소방총감은 박 전 청장의 전임인 최성룡 3대 소방방재청장이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최 전 청장은 서울소방본부장을 끝으로 퇴임했다가 나중에 기용된 만큼 ‘현직’ 소방관으로는 이 내정자가 최초”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