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O 지도에 ‘동해’ 못 올렸다… 실무그룹 ‘일본해 병기’ 이견 한·일 ‘독도 갈등‘ 더 커질듯
입력 2011-07-21 22:03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동해·일본해’ 공동 표기가 무산됐다. 최근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탑승 자제 조치로 한·일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까지 불거짐에 따라 양국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장동희 국제표기명칭대사는 21일 “지난달 끝난 국제수로기구(IHO) 실무그룹 협의에서 27개 회원국 간 의견이 분분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며 “기존대로 일본해 단독 표기로 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 대표들이 양국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아직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총회까지 기한이 남았으니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사는 전 세계 바다 이름을 정하는 IHO의 우리 정부 대표로, 지난 2년간 실무그룹 회원국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Japan Sea)를 나란히 표기해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IHO가 실무그룹에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6월 말까지 공동 표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개최될 제18차 IHO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한국 제외 83개국)을 상대로 공동 표기 표결을 제안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실행이 어렵게 됐다. 5년 후인 2017년 열리는 제19차 IHO 총회에서 이 문제를 재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HO는 1929년부터 발간해 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를 통해 ‘일본해(Japan Sea)’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구가 결정한 바다의 표준 명칭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지도를 제작할 때 그대로 따른다.
정부는 92년부터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 줄 것을 IHO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07년 IHO 총회에선 남북한이 나서서 표결에 부치자고 요구했으나 일본의 반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후 IHO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가 53년 3판 발간 이후 동해·일본해 명칭 문제 때문에 수십년째 4판이 나오지 않자 실무그룹까지 구성하며 2년 동안 양국 간 타협점을 찾도록 중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으로 2년 동안 우리 IHO 대표가 세 번이나 교체됐다”며 “외교통상부가 이번 사안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