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총리, 자금지원 반대하다 급선회-라가르드 IMF총재 “그리스 자구노력” 압박
입력 2011-07-21 18:34
서구문명 발상지이자 민주주의 태동지인 그리스의 운명이 두 여성의 손에 달려 있다. 바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두 여성의 한마디에 1072만명 인구의 그리스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울고 웃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메르켈 총리의 결정이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이 그리스 재정위기를 해결해 주는 전주(錢主)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EU나 유럽중앙은행(ECB)에 내는 분담금이 가장 많다. 경기호조, 무역흑자 등으로 가용 자금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21일 새벽(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극적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도, 민간의 손실 부담을 주장하며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유로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손에 땀을 쥐며 메르켈의 ‘입’만 쳐다보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EU와 함께 그리스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IMF 수장 라가르드 역시 그리스의 명운을 쥐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그리스의 자구 노력이 충분치 않다면 구제금융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 그리스를 긴장시켜 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여걸이 서로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분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나이도 국적도 주요 이력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교분을 쌓아 왔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201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메르켈 총리에 대한 글을 라가르드 총재가 쓸 정도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 글에서 “메르켈은 근면하고 결단력 있으며, 타협의 정신과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의 지도 아래 독일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고, 정치는 안정됐다”고 극찬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라가르드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 IMF 총재직에 지원했을 때 누구보다 강력하게 라가르드를 지지했다. 메르켈 총리는 “모두 훌륭한 분이지만 나는 특히 프랑스 재무장관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라가르드에게 힘을 실어줬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