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계급장 단 육군소위… “선임병들이 가장 두려웠다” 3박4일 ‘몰래 체험’ 눈길

입력 2011-07-21 18:30

신임장교 6명이 이등병으로 위장해 병사들과 함께 내무반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경계초소 총격사건 이후 병사들의 병영생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육군은 20사단 이재형(25) 소위 등 신임장교 6명이 지난 15∼18일 사단 소속 부대에서 이등병으로 위장해 생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단장 나상웅 소장은 “내가 직접 병사들의 생활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해 어려 보이는 신임 장교를 선발해 각 예하부대 병영에 배치했다”면서 “이들은 일반병과 똑같은 보급품 군장 전투복에 같은 훈련과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6명의 ‘위장’ 이등병들은 이 사단 대대장 이상 지휘관 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간의 생활을 소상하게 발표했다. “병영이 많이 개선됐지만, 과자 파티를 하면 이등병은 남은 음식만 먹어야 하는 등 악습이 일부 남아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소위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소대원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값진 체험이었다”며 “이등병 계급장을 다니까 이등병처럼 긴장도 많이 됐고 (선임병이)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육군은 이들의 체험을 병영생활 개선대책에 반영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교가 병사로 위장해 병영생활을 체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경기도 연천 GP(일반초소)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육군 20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31사단 신병교육대 대대장이 가명으로 자신의 부대에 훈련병으로 위장 입소했었다. 당시 마흔이 넘었던 이 대대장은 훈련병들이 “좀 늙어 보인다”고 하자 “학업 때문에 입대가 늦어졌다”고 둘러댔다는 후문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