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정기 실행위원회 “WCC 대회 교단간 시각차부터 극복해야”
입력 2011-07-21 21:0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1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주요 이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 건이었다. 예장 통합은 NCCK 가맹교단뿐만 아니라 기성, 예장 백석, 예장 대신 등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대회로, 기독교대한감리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는 NCCK 중심의 대회를 주장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감정적인 발언이 오가고 일부 회원이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51명의 실행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이영훈 NCCK 회장은 개회예배 설교에서 “구한말 한국교회가 말씀에 철저히 순종했기 때문에 개화기 사회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오늘 한국교회도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님께 철저히 의지해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평화열차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총회를 기념해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신의주 평양 서울 부산을 잇는 열차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일부 인사가 “WCC 총회를 기념해 열리는 행사인데 NCCK가 먼저 의결, 향후 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 부담감을 줄 수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2013년 WCC 총회 준비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3개 교단 인사들이 발언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성공회는 “대회를 유치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준비위원회조차 구성 못한 이유가 뭐냐”면서 “책임을 통감하며 준비위원회와 기획위원회 모임에서 빠지겠다”는 폭탄발언을 해버렸다. 기감도 비슷한 입장에서 거들었다.
가장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배태진 기장 총무였다. 배 총무는 “모든 문제는 예장 통합이 모든 것을 주도하려고 하면서 시작됐으며 최근 기장과 기감, 성공회 총무들이 성명서를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하면서 한 개 교단이 모든 것을 장악하려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NCCK 연합과 일치 정신을 깨고 있는 곳은 바로 예장 통합”이라고 성토했다. 배 총무의 강성 발언이 이어지자 예장 통합 소속 회원들이 퇴장하기도 했다.
조성기 예장 통합 사무총장은 “준비위원회는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가 되기 위해 회원교단 인사 50%, 비회원 교단 인사 50%로 공정하게 구성해 왔다”면서 “지난 19개월간 회의에 참석하고 이제 와 타 교단을 폄하하고 나서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날 회의는 난상토론 끝에 3시간 만에 끝났다.
WCC 중앙위원을 14년간 역임하고 총회한국유치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종화 서울 경동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대의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목사는 “사실 이번 대회는 회원교단과 오순절교단, 복음주의 교단이 같이한다는 전제 아래 유치한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이 약속에 따라 에큐메니컬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몇몇 교단이 주도권 문제를 들고 나선 것은 유치정신이나 대승적 관점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준비위원회 역시 교단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