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후원 교사·공무원 244명 일괄기소

입력 2011-07-21 21:24

검찰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불법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을 무더기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민노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내년 총선을 앞둔 진보세력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안병익)는 21일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 명목의 월정액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교사와 공무원 428명 중 24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자 중 교사와 공무원은 각각 210명, 34명이다. 공무원 중에는 법원 일반직 직원 4명도 포함됐다. 나머지 184명은 기소유예 또는 종결 처리했다.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은 민노당에 가입해 매달 5000∼2만원씩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다. 교사나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으므로 정당법 위반, 당원이 될 수 없는 이들이 당비를 납부했으니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지난해 5월 교사와 공무원 273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하면서 적용했던 법리를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검찰은 야당 쪽 반발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자기 식구 사례부터 공개했다. 현직 검사 1명은 학생 때부터 민노당에 당비를 납부하다 검사 임관 후에도 납부한 기록이 있어 수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자가 책임을 인정하겠다고 해서 지난 1일자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직원 1명도 수사 도중 퇴직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법원 일반직 직원 4명은 민노당 탈당을 거부해 기소됐다.

검찰은 2006년 7월을 기점으로 민노당에 단 1만원 이상이라도 당비를 냈으면 모두 수사 대상으로 선별했다. 대신 공직에서 물러났거나 민노당에서 탈당하면 불기소 처분했다. 전국 1800여명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 지역 거주자만 기소됐으며 전국 검찰청별로 비슷한 기소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은 물론 전교조가 올해 처음 배출한 공모제 교장도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기소에 포함됐다. 공무원은 형사 기소될 경우 국가공무원법 73조에 따라 직위해제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은 검찰의 일괄기소 방침이 사실상 전교조 죽이기라며 비난했다.

전교조는 22일부터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표적수사를 규탄하는 1박2일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총력대응할 태세다. 민노당 권영길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교사와 공무원에게 헌정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집단 기소를 했다”며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