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둥관지역 대형 완구공장 도산… 한국인 사장은 부도 후 야반도주

입력 2011-07-21 18:17

세계 최대 완구벨트인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서 대형 완구공장을 운영하던 한국인 사장이 부도를 낸 뒤 야반도주했다.

‘쑤이(素藝)완구유한공사’ 직원 200여명은 지난 19일 둥관시 정부청사 앞에서 체불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둥관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업체 중 하나로 직원 수가 한때 2000명에 달했으며, 국제금융위기 당시에도 견뎌낸 비교적 견실한 기업이어서 지역에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쑤이는 둥관에 2곳, 쑤저우에 1곳의 공장을 운영해 왔으나 지난 7월 초 쑤저우(蘇州) 공장 책임자는 이미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갔으며, 지난 13일에는 둥관의 한국인 사장 역시 야반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이 공장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추자 밀린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이 시위에 나섰으며, 협력업체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쑤이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올해 형법이 개정돼 고의적인 임금 체불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이 완구공장 사장의 소재를 찾고 있다. 공안은 완구공장 대표가 한국으로 귀국했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한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둥관 지역의 또 다른 중견 방직업체도 최근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둥관 일대 주요 공단 지역에는 현재 기업이 도산하거나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지속적인 원자재값 상승과 노동력 부족, 임금 인상 등으로 주장(珠江)삼각주 제조업체들이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연쇄부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