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1m 기도굴, 낯선 언어 기도로 타올라… 아세아성도 방한 성회 ‘선교 한류 열풍’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7-21 21:07


사방 1m 남짓한 기도굴.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지열까지 가세해 내부는 숨이 턱턱 막혔다. 찜통 같은 공간에서 낯선 외국말이 들렸다. 방언기도 소리인가 싶었으나 기도하는 사람은 모두 홍콩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온 중화권 외국인이었다. 뙤약볕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이들은 굴 안으로 한 명씩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봤다. 한문으로 ‘禱告洞(도고동)’이란 임시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중국 발음으로 ‘따오가오동’. 기도굴이란 얘기다.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아세아 성도 방한 성회는 은사를 구하는 3700여명의 중화권 성도들로 북적댔다.

21일 오후 기도굴로 향하던 리시앙(35·여·홍콩감리교회)씨는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기 위해 성회에 참석했다”며 “기도굴에 다녀온 사람들이 꼭 가보라 해서 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개막된 성회는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성회의 목적은 한국교회의 독특한 신앙과 열정을 중화권 교회에 전달하는 데 있다. 외국인인 그들에겐 이색 체험. 금식 역시 이번 성회의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공식적으로 7끼를 금식한다. 주최 측은 22일 점심만 제공한다. 메뉴는 흰죽이다. 참가자는 물통을 들고 다녔고 기도원 곳곳에 설치된 식수대를 이용했다.

식수대 앞에서 만난 차이쥐밍(27·홍콩기독교1128교회)씨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괜찮은지 물었다. “좀 힘들다. 예상보다 한국이 덥다. 하지만 이것도 훈련이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6년 성회에 참가했다 신앙적 도전을 받고 이번엔 아내와 함께 왔다.

“기도를 많이 했어요. 부모님 건강과 우리 가정에 건강한 아이를 주시도록요. 또 크리스천 직장인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했어요.” 그가 속한 교회는 이번 성회에 40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고라고 했다.

성회 주최 측인 여의도순복음교회 동북아선교회 임익주 장로는 “교회 단위 참가자가 많은데 그 이유는 이전에 참가했던 목회자와 성도들을 통해 교회가 부흥하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의 신앙과 열정을 현지에 접목하면서 많게는 10배 이상 성장하는 교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목회자와 전도사, 평신도 리더가 많다.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하며 절반이 30, 40대다. 안내데스크는 휴식시간마다 붐볐다. 국제전화카드와 환전 요구가 많았고 휴대전화 충전이나 의약품도 요구했다. 주로 감기나 기력감퇴를 호소했다.

청년대학 참가자 중엔 한류 영향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만에서 왔다는 데보라펑(16)양은 “집회 이후 서울을 여행할 것”이라며 “영화의 배경이 됐던 곳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에 따르면 “중화권 참가자들은 화장품과 이마트를 좋아한다”며 “성회가 끝나면 일부는 한국 투어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금식 중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오전 5시30분 새벽예배로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나는 부흥회로 하루를 마감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3일엔 2∼3명씩 나뉘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또 다른 특징인 구역예배를 경험한다.

파주=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