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재범률 50%… 공소시효 폐지해야”
입력 2011-07-21 20:46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 성범죄 근절 거리 캠페인’
21일 서울 명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하는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한 거리 캠페인’이 벌어졌다.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인데도 ‘아동 성범죄자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시민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기독교아동복지회에서 시작된 어린이재단은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했고, 이날부터 24일까지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어린이재단이 이런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의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가 15년으로 한정돼 있어 피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린이재단은 10만명의 서명을 받고 나면 국회에 아동 성범죄자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 추진을 청원할 계획이다. 어린이재단 문교정 복지사업본부장은 “현행법으로는 어린이들이 성범죄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며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강력하게 처벌받는다는 법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피해 아동 가정에서는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주변 시선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 신고율이 10% 미만으로 추산된다. 서울 시내에서는 2.5일에 한번꼴로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 아동 성범죄 재범률은 50% 이상에 이른다.
지난달 30일부터 어린이재단 홈페이지와 네이버를 통해 진행된 이번 서명운동에는 1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거리 서명운동에 동참한 인원은 1200명가량 된다. 13세 딸의 손을 잡고 서명에 동참한 이정란(47·여)씨는 “부모라면 (서명하는 일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법이 잘못돼서 우리의 딸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딸의 어머니라고 밝힌 안모(53·여)씨는 “창피한 일이 너무 많다”며 “어린아이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시간이 흐르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서명운동은 무엇보다 ‘사랑’으로 많은 일들을 베푸는 기독교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어린이재단은 의미를 부여했다. 문 본부장은 “어린이재단은 창립 정신에 따라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다”며 “성범죄자 공소시효 폐지는 어린이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반드시 관철돼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