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Tip] (7) 가나에 대한 오해

입력 2011-07-21 17:46


성경에는 1300여개의 지명이 나온다. 그런데 ‘동명이지’(同名異地·이름은 갖지만 다른 장소)가 많기 때문에 헷갈리곤 한다. 사사기 12장 10절과 마태복음 2장 1절에서 언급된 베들레헴이 그렇다.

성경에는 세 곳의 ‘가나’가 나온다. 예수님이 기적을 베푸신 갈릴리의 가나(요 2:1∼11), 에브라임 지파와 므낫세 지파 사이의 경계선이었던 가나 시내(수 16:8, 17:9), 아셀 지파의 성읍이었던 가나(수 19:28)가 바로 그것.

“성경에 대한 무지는 곧 그리스도에 대한 무지”라고 강조했던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제롬(Jerome)은 여호수아 19장에 나오는 아셀 지파의 가나, 즉 두로의 남동쪽 10㎞에 위치한 레바논의 가나마을과 요한복음 2장에 기록된 갈릴리 가나를 명백하게 구별했다. 제롬은 예수님의 첫 기적과 공생애를 시작한 곳은 나사렛에서 아주 가까운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요한복음은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첫 표적을 행하신 예수님을 기록하며 가나를 언급한다. 요세푸스는 로마에 대항한 첫 번째 유대 항쟁 기간 중 갈릴리 가나에서 머물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수님의 두 번째 갈릴리 기적도 가나에서 이뤄졌다. 예수님은 가나에 계셨을 때 왕의 신하가 찾아와 아들이 가버나움에서 아파 죽어가고 있으니 함께 가서 고쳐 달라고 간청하자 말씀으로 치유하셨다(요 4:46∼54). 요한복음 21장 2절은 나다니엘을 갈릴리 가나 사람으로 표현했다. 나다니엘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바돌로매와 동일인이다.

갈릴리 가나 마을 중심부엔 프랜시스칸수도회에서 세운 첫 기적 기념교회(혼인잔치교회·사진)가 있다. 나다니엘의 고향인 가나는 앨 밧두흐라는 비옥한 평야의 구릉지에 위치한 부자 동네였다. 가나 남쪽 13㎞ 떨어진 나사렛은 해발 400m의 산 위에 위치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성경 지명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우왕좌왕하게 된다. 심지어 세계적인 오보가 나오기도 한다. 2006년 7월 30일 예수님이 첫 기적을 행하셨던 가나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참극이 일어났다고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적이 있다. “…레바논 가나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처참한 학살이 이뤄진 가나는 예수가 첫 기적을 일으킨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996년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00여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레바논의 가나는 아셀 지파의 성읍이 있었던 곳이다. 가나 혼인잔치와는 전혀 무관한 곳이다.

함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