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덕수궁 물개의 미스터리

입력 2011-07-20 19:25


석조전 앞에서 시원스레 물을 뿜는 덕수궁 분수는 우리나라 조경사의 분수령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에 물이 거꾸로 치솟는 분수는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었다. 정원 역시 창덕궁 ‘후원’에서 보듯 궁궐의 뒷 공간에 배치하는 게 원칙이었다.

덕수궁 역사를 담은 사진을 보면 석조전 앞은 애초에 잔디밭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연못을 파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는 거북상을 띄웠다가 1938년 석조전 서관 준공과 함께 유럽식 분수정원을 조성했다. 정원 중심에는 접시 모양의 청동 분수대를 배치했다.

문제는 분수대 전후좌우에 앉아 입으로 물줄기를 뱉어내는 4마리 물개상이다. 지금까지 도쿄미술학교 교수 쓰다 시노부가 디자인한 것을 오사카 주조소에서 만들어 1940년에 설치했다는 사실만 알려져있을 뿐 물개로 바꾼 배경은 알 수 없다. 민족정기를 외치는 사람들은 궁에 (물)개를 앉힌 것은 일제의 저주라며 철거를 주장한다. 오늘따라 검은 물개의 꼴이 더욱 교활해 보인다.

손수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