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남획되는 메로
입력 2011-07-20 19:25
일식당이나 참치횟집 메뉴에 등장하는 ‘메로’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지방이 풍부하면서도 담백하며 양념과 잘 조화를 이루는 메로는 일본 표준어로는 마젤란 쥐노래미다. 마젤란은 남극 해역의 마젤란 해협을 의미하며 메로의 주 서식지다. 쥐노래미는 생긴 모습이 닮아 붙은 이름이지만 실제 생물학적 분류는 다르다.
비막치어라 번역되기도 하는 일본어 메로는 칠레의 ‘mero’에서 왔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는 ‘merluza negra’나 ‘bacalao de profundidad’로, 미국에서는 ‘Chilean sea bass(칠레 농어)’ ‘Patagonian toothfish(파타고니아 이빨고기)’로 불린다.
메로는 일본에서 1980년대부터 은대구의 대용으로 수입됐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식당 메뉴에 오르기 시작했다. 주 소비국은 일본과 미국으로, 어획고의 90% 정도를 소비한다. 주 어획국은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등이다. 일본에서는 메로가 한때 긴무쓰(銀ムツ)라는 이름으로 유통됐다. 무쓰는 농어목 생선 게르치를 말한다. 일본 당국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2003년 JAS(일본농림규격)법을 개정해 긴무쓰란 이름으로 메로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메로는 남극 주변 최고 3850m 심해에 서식한다. 주로 오징어 물고기 새우 등을 먹고 사는 육식어종으로, 향유고래나 대왕오징어의 먹이가 된다. 대략 9∼20㎏ 나가지만 최대 2.3m 길이에 200㎏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로는 수명이 50년쯤으로 성장이 더뎌 국제 환경단체의 보호 목록에 올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형 수족관인 몬터레이만아쿠아리움이 운영하는 해양소비제한운동인 ‘요주의 해산물(Seafood Watch)’ 리스트에 등재돼 있다. 남획과 수은 축적 문제 때문이다. 그린피스도 지난해 해산물적색명부에 메로를 올렸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관리위원회(CCAMLR)는 메로 조업을 규제하고 있다.
이런 메로를 우리 어선이 남극해에서 남획해 국제 망신을 사고 있다고 한다. 일본 식문화에다 이름까지 답습해 쓰는 상황에 남획까지 하다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참치회를 즐기는 식문화 때문에 일본은 국제적으로 어획량 규제를 받는 창피를 당하고 있다. 메로가 ‘한국판 참치’가 될 모양이다. 중금속 오염 문제까지 있다니 이쯤에서 어획 규제와 함께 건전한 소비를 생각해볼 때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