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시방편으로 물가잡겠다는 환상 버려야

입력 2011-07-20 19:04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잡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 18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데 이어 20일 지하철·버스 요금, 채소값 등 주요 생활 품목 10가지 정도의 물가를 16개 시·도별로 비교해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각론까지 제시하며 사실상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라고 독려한 것은 현재 물가 수준이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물가 대책은 원가 인상, 수급 불균형, 계절적 요인,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실효성이 나온다. 임시방편 대책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고, 시장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버스·지하철·도시가스·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외부의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공기업이 원가절감에 주력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관련 부처는 공공요금 인상폭과 시기를 조율하기 전에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4%가량 된다고 한다. 턱없이 높은 유통마진만 낮춰도 서민들은 물가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단속·점검 등 통상적 방법이 아니라 물가 구조 체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것은 적절하다. 역대 정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바란다.

정부는 전·월세 안정을 위한 주택정책과 통화·금리정책을 신축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원자재값 상승이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국민에게 합리적 소비를 홍보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물가를 잡으려면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패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급 불균형 등의 이유로 가격이 급등한 식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체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파워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