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더위 건조한 불볕 혹시 지중해성 기후?

입력 2011-07-20 18:40

지난 17일까지 11일 동안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던 장마전선이 북상하자마자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도심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뜨거운 햇볕으로 낮 기온이 32도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올 여름은 햇볕을 피해 그늘에 들어서면 금방 서늘함을 느낄 수 있어 예년의 덥고 습한 한국 여름 기후가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올 여름 서울의 습도는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기상청 종합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가 그친 지난 18∼19일 서울의 일평균 습도는 각각 62.8%, 55.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각각 74.0%, 73.3%였고 비가 내렸던 2009년은 86.8%, 81.4%였다.

시민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로 변했다며 의아해했다. 한 네티즌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그늘에 있으면 정말 시원하다”며 “정말 지중해성 기후로 변한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오늘 날씨는 전형적인 스페인 여름날씨”라며 “햇빛은 강하지만 습도가 높지 않고 바람이 많이 불어 그늘에 가면 선선한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인 데다 구름 모양도 지중해에서 보던 것과 흡사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제6호 태풍 ‘망온’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태풍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므로 기후변화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태풍 중심에서 대기 중의 많은 공기를 흡수해 주변 지역에 건조한 하강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지중해 지역은 사하라 사막의 하강기류가 확장된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기후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상청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