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출범 며칠이나 됐다고… 사업장 곳곳 벌써 勞勞갈등 몸살

입력 2011-07-20 18:40


이달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됐으나 건전한 노사문화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전국 곳곳에서 노·노 갈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전국 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인천 삼화고속 노조는 파업을 풀기 위해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하던 중 노조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사측계열 등 3개로 분열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는 다시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고 이날 0시부터 오전 3시까지 노선별 1∼2대씩 모두 10여대의 심야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삼화고속 노조는 임금교섭 결렬로 지난 6월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파업을 벌였다가 인천시의 중재로 지난 10일 파업 중단과 함께 협상을 진행해 왔다.

전북 온리원의 경우 기존 노조가 지난달 사측과 교섭하는 동안 또 다른 노조가 설립돼 회사 측이 교섭권 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공고를 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조합원 7명의 ‘초미니 노조’가 세 번째 노조로 가세한 금호고속은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 금호고속지부와 민주노총 운수공공노조 금호고속지회가 갈등을 빚어 노사 간 교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자유로운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중소 규모 사업장에 4개의 노조가 각각 설립된 경우도 있다. 부산 수영동 영남택시의 기사 280여명은 전국택시산업노조(한국노총 산하), 전국민주택시노조(민주노총), 부산통합택시노조, 참여노조 등 4개 노조로 나뉘었다. 울산의 택시회사인 한일교통도 조합원 111명의 기존 노조 외에 6명의 ‘한일교통 민주노조’, 3명의 ‘한일교통 열린노조’, 7명의 ‘한일교통 그린노조’가 새로 만들어졌다.

기존 노조와 신설 노조 간 세 불리기가 폭력사태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 13일 부산 대연동 M택시 회사에서는 기존 노조 간부가 신설 노조에 가입한 기사 노모(64)씨의 차량을 망치로 부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오임술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사무처장은 “복수노조를 통해 국제 기준에 적합한 노동 환경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침해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철 한라공조 노조위원장은 “교섭도 못 하는 노조는 노동 3권이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노조로서 존재 이유가 없어 개별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종합=정창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