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검사 도움으로 누명벗은 사업가… 검찰총장 앞으로 감사 편지

입력 2011-07-20 18:40


“그분처럼 심사숙고한다면 밝은 세상 한발 다가갈 것”

이달 초 검찰총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0대 사업가가 한 여검사의 도움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감사의 뜻으로 보낸 글이었다.

이 사업가는 “평일은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사건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정도의 열의와 정성이면 이 세상에서 정말 억울한 사람이 100%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많이 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썼다. 또 “젊은 여검사 같은 분이 우리 법조계에 많이 생기면 좀더 나은 사회에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를 맴돈다”고 적었다. 그는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짧은 글이지만 총장님께 보내드린다”며 마무리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북 포항시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하던 김모(43)씨는 2009년 8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투자자 4명이 “김씨가 투자금 4억원을 받아 가로챘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한 결과였다. 김씨는 같은 해 말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4개월 넘도록 감옥에서 지냈다. 1심 재판부 역시 그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서 김씨를 고소한 이들 중 일부가 증언을 번복했고, 공판을 맡은 창원지검 공판송무부 정진화(33·사진) 검사는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기 시작했다. 정 검사는 김씨 구속의 증거가 됐던 사업약정서가 위조된 것을 밝혀낸 데 이어 고소인들의 배후에 황모씨 등 2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정 검사는 결국 김씨의 사업권을 빼앗기 위한 음해였다고 결론내리고 지난 5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고소인 등 6명은 무고·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20일 “검사가 직접 구속했던 사건에 대해 공판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늦게나마 김씨의 억울함이 풀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