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님∼ 예절·서예 배우러 왔어요… 청량리 의릉 영휘원 여름서당 개설
입력 2011-07-20 18:48
서울 청량리동 의릉 영휘원에서 여름 서당 ‘훈장님에게 배워봅시다’ 강좌가 20일 오후 2시 개설됐다.
문화재청이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여름 서당은 다음달까지 매주 수·목요일 12차례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에서 단발적으로 서당 강좌가 열린 적은 있으나 정기 프로그램이 구성되기는 처음이다.
하루 3시간 수업이 이뤄지는 여름 서당의 훈장은 서예가 정영채(71)씨가 맡았다. 어릴 적부터 서당에서 글을 배운 정 훈장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수차례 입상하고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 고문을 역임하는 등 서예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10여명의 수강생이 참가한 이날 첫 수업에서 정 훈장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인사하는 법 등 예절교육부터 가르쳤다.
이어 사자소학(四字小學) 수업에서는 “아버님 날 낳으시고(父生我身) 어머님 날 기르셨다(母鞠吾身)는 구절처럼 부모님은 나를 낳고 키워주신 분입니다. 효행은 마음만으로는 힘듭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에서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예 배우기에서는 글쓰기 기법 이전에 마음과 정신을 올곧게 가져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학과 수업이 끝난 뒤에는 영휘원 관람으로 이어졌다. 영휘원은 고종의 계비이자 조선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모친인 순헌황귀비(1854∼1911)의 능이 있는 곳으로, 천연기념물 제506호인 산사나무 등이 볼거리다. 정 훈장은 “진명여고와 숙명여고 설립에 기부하는 등 근대 사학 발전에 공헌한 순헌황귀비의 능에서 서당 강좌가 개설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