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링스헬기 추락 등 굵직한 사건 추적… ‘데이터 복원의 달인’ 손을 빌렸다

입력 2011-07-20 18:48

이달의 기능 한국인에 선정된 이명재 명정보기술 대표

이명재(54) ㈜명정보기술 대표이사는 데이터 복원의 달인으로 통한다. 45일 동안 진흙 속에 잠겨 있던 컴퓨터에서 CCTV 동영상을 살려내 천안함 승조원들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은 20일 이 대표이사를 ‘이달의 기능 한국인’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링스헬기 추락사건, 신정아씨 학력위조 스캔들 등 굵직한 사건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데이터 복원 기술도 전수했다. 수사기관의 데이터 복원 기술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사실상 모든 사건의 데이터 복원은 그가 전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이사는 천안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꼽았다. 자작극 논란이 불거지고 있던 와중에 천안함 내부 11곳에 장착된 CCTV 동영상이 최후의 순간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건네진 천안함 컴퓨터는 진흙덩어리에 불과했다. 흙을 털어내고 하드 디스크를 분리했지만 알루미늄 원판은 염분에 하얗게 부식된 상태였다.

외국 전문가들은 복원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지만 달인에게 부식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복원된 CCTV 영상에는 천안함 승조원들이 체력단련장에서 탁구를 치는 모습, 정상적으로 임무 교대를 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이 대표이사는 “CCTV가 촬영 후 1분이 지나야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피격 당시의 상황은 디스크에 담겨 있지 않았다”며 “피격 1분 전까지 승조원들이 평온하게 정상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장면은 자작극 의혹을 부정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로 쓰였다”고 말했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인 이 대표이사는 외국계 하드 디스크 생산업체의 생산직원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관련기술을 파고들었다. 회장의 컴퓨터를 고치게 된 것을 계기로 실력을 인정받아 하드 디스크 복원 사업을 제안하게 됐고, 수리 부문의 총괄 책임자로 승진한 뒤 회사가 인건비 상승 때문에 철수를 결정하자 1990년 창업했다. 현재 명정보기술은 연매출 268억원, 수출액 310만 달러, 종업원 25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