蔘 내음 가득한 한여름 축제에 초대합니다

입력 2011-07-20 21:34


경남 함양의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백두대간은 육십령 고개를 넘기 직전 구시봉(1014.8m)을 만난다. 신라와 백제가 전쟁에서 이길 때마다 깃발을 꽂았다고 해서 깃대봉으로 불렸던 구시봉은 함양의 심마니들이 “심봤다!”를 즐겨 외치던 첩첩산중으로 전국 최대의 산양산삼 재배지로 이름 높다.

구시봉의 해발 1000m 일대에 조성된 산삼밭은 산안개가 커튼을 드리운 듯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지오엽(三枝五葉)으로 대표되는 산삼은 땅기운이 예사롭지 않은 이곳 30만평 숲에서 9년째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함양군이 ‘산삼의 고장’을 표방하며 2003년부터 해마다 산삼 씨앗을 대량으로 뿌렸기 때문이다.

서상면 금당리의 구시봉에서 9년째 산삼을 재배하고 있는 함양군산양산삼영농법인 대표 김경회(58)씨는 “함양은 산삼재배에 필요한 게르마늄 성분이 인삼 재배지로 유명한 금산보다 3배나 높다”며 “부엽토 토질인 구시봉에서 자란 산삼은 약효와 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산삼축제 때 산삼 캐기 체험행사가 열리는 김 대표의 산양산삼 밭은 7만평. 1∼9년근 산양산삼 300만 포기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삼은 자라는 지역과 재배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새의 배설물에서 발아한 자연산삼은 해발 750m 이상에서 자라면 천종삼, 해발 750m 이하에서 자라면 지종삼이라 부른다. 높은 곳에서 자랄수록 약효가 좋아 천종삼을 으뜸으로 꼽는다. 재배산삼은 산에 씨를 뿌려 야생상태로 재배한 산양산삼과 밭에서 키워 산에 옮겨 심은 장뇌삼으로 나뉜다. 장뇌삼보다 산양산삼을 더 쳐주는 것은 당연한 일.

산림청의 산삼이력제 시범농가 1호로 선정된 김 대표는 “함양의 재배산삼은 모두 산양산삼으로 향과 약효가 천종삼에 가깝다”며 농약은 물론 거름조차 주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산삼이 살아남을 확률은 10∼15%로 낮지만 약효는 최고라고 자랑한다.

그렇다면 산삼은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 김 대표는 “산양산삼의 잎과 줄기에는 뿌리보다 더 많은 사포닌이 함유돼 있다”며 “잔뿌리부터 꼭꼭 씹어서 줄기와 잎까지 섭취하는 것이 몸에 좋다”고 권한다. 줄기와 잎을 먹기가 부담스러우면 살짝 말린 후 차로 끓여 먹어도 좋다.

2015년 산삼엑스포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함양군의 산삼농가는 400여 가구로 전국 산양산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과 남덕유산을 비롯해 구시봉 등에서 자라는 산양산삼은 모두 2000만 포기로 산양산삼 7년근 한 뿌리의 가격은 7만∼10만원. 하지만 산삼축제 기간에는 30% 싸게 판매한다.

이달 29일부터 8월 2일까지 함양 상림공원과 필봉산 일원에서 열리는 ‘2011 함양산삼축제’는 산삼 캐기 체험, 심마니 원시체험, 산삼화분 만들기 체험, 산삼주 빚기 체험, 산삼 떡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또 함양에서 생산된 산양산삼과 자연산 천종삼은 물론 미국 화기삼, 중국 전칠삼, 일본 죽절삼 등 세계의 산삼을 전시하고 산삼학술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이밖에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야생하는 산약초도 전시 판매한다.

산삼축제가 열리는 상림은 통일신라의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재임할 때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 40여 종의 낙엽관목을 비롯해 116종의 나무가 1.6㎞의 둑을 따라 80∼200m 폭으로 조성돼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한여름에는 햇빛 한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울창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상림 입구에 위치한 대장금(055-964-9000)은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음식 맛이 맛깔스러울 뿐 아니라 음식의 모양과 색상도 아름답다. 갈비찜 해물찜 삼합 산나물 등 20여 종의 반찬이 나온다. 4인 기준 한 상에 6만원. 인근의 옥연가(055-963-0107)는 연을 주제로 한 음식점. 연잎밥을 비롯해 연근 등으로 요리한 음식이 나온다

(함양군 홈페이지 www.hygn.go.kr).

함양=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