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모바일로 소통하자] (2) 교회 울타리에 갇힌 목회

입력 2011-07-20 17:48


“모바일 목회 해야죠, 언젠가는…” 미루다 밀린다

서울의 한 교회 부목사는 최근 담임목사 주일설교를 스마트폰 서비스용으로 올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주일설교 1시간 분량을 인터넷상에 올리라고 지시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목사가 보기에 1시간 분량은 스마트폰 용으론 용량이 너무 크다. 화면 끊김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처럼 긴 설교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사람은 거의 없다. 외면당할 게 뻔하지만 담임목사는 “들을 사람은 다 듣는다, 다 들어야 은혜가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모바일” 하면 “뭔 바일?” 묻는 한국교회=목회정보정책연구소 김태연 사무국장은 모바일 동영상이 3분을 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의 ‘웹1.0시대’에는 1시간 설교 동영상도 통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웹2.5시대’에는 3분 넘는 동영상은 거의 안 본다”고 말했다. 웹1.0은 단 방향 웹서비스를 말한다. 웹2.0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쌍방향 웹서비스다. 웹3.0은 미래의 웹서비스를 나타낸다.

이처럼 긴 설교 동영상을 고집하는 것은 모바일 시대,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목회자들에게 모바일서비스 하면 교회 앱만 생각한다. 모바일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 스마트폰 구입을 생각한다고 김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일부 스마트폰 판매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교회 앱의 무료 제공을 내세워 스마트폰 과장 광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바일시대는 무선인터넷·모바일기기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연결, 상호 소통하는 시대를 말한다. 모바일 서비스는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 아니라 상대방을 적극 고려하는 소통인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시대의 도래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데 실패한 한국교회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모바일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성도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통의 시대에 소통할 게 없다=모바일시대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 부족은 신학교 교과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팟캐스트 등 새로운 목회 환경을 가르치는 곳은 장신대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특강만 한다.

소통을 하고 싶어도 소통할 콘텐츠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전자책만 봐도 그렇다. 20일 현재 교보문고 인터넷 몰에 등록된 전자책 8만여종 중에서 기독교로 분류된 것은 0.1%인 577종뿐이다. 인터파크의 기독교 전자책은 7만4000여종 중 0.04%인 306종에 불과하다.

또 기독교를 표방하거나 기독교 가치를 부여한 동영상 콘텐츠도 거의 없다. 오히려 이단이 포교를 위해 만든 성경공부 동영상이 더 많거나 질적으로 우수하다. 이들 동영상은 초신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성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신자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기 마련인데, 이때 이단이 만든 동영상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미디어선교회 김운동 사무국장은 “초신자 신앙 성장을 위한 동영상은 물론, 비기독인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모바일시대를 선도하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