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71% ‘동반성장’ 시늉만… ‘우수’ 등급, LG 이노텍 뿐
입력 2011-07-20 21:48
2009년부터 최근까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한 대기업 10곳 중 4곳이 제대로 협약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실시한 이행 실태평가에서는 대상 기업 가운데 71%가 낙제점을 받았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9월부터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한 116개 대기업에 대해 11차례 협약 이행 상황을 평가한 결과 ‘양호’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은 기업은 66곳(56.9%)에 그쳤다. 지금까지 평가를 받은 기업 중 50곳(43.1%)이 ‘양호’ 등급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약을 체결하면 1년 뒤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해 양호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등급에 따라 하도급 서면실태조사를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지난달 하도급 및 유통분야 2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차 평가에서는 양호 등급 미만 기업이 15개(71.4%)에 이르는 등 더 악화됐다. 최우수 등급은 한 곳도 없었다. ‘우수’ 등급은 LG 이노텍이 유일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 평가된 기업은 2009년 10월 평가 기준 등을 한층 강화한 협약을 체결한 경우라 점수가 좀 낮아진 것 같다”면서 “앞서 우수 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기업들도 이번 평가 기준을 들이대면 양호도 못 받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동반성장문화를 한층 확산시키자며 협약을 강화했지만, 정작 기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협약은 2009년 개정에 이어 지난해 10월, 지난 3월까지 3차례 강화됐다.
특히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이익이 없다 보니 기업의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협약 기간이 1년으로 한정돼 있고, 이를 연장할 의무도 없어 성적이 나쁜 기업의 경우 협약이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김성삼 하도급총괄과장은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못한 기업을 문제 삼기보다는 잘한 기업들을 더욱 독려해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자는 차원에서는 협약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