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고승덕 “신안 땅 10배로 비싸게 매입”-저축銀 “실거래가보다 더 싸게 구입”
입력 2011-07-20 21:42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전남 신안군 리조트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매입 과정에서 일부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보다 10배가 넘는 대금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뻥 튀겨진 토지매입자금 일부가 전 정권의 비자금 조성 등에 사용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소속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2005년부터 리조트 사업 예정지인 신안군 일대 땅을 공시지가보다 10배 정도 비싸게 매입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이 금감원 등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6개 SPC를 통해 2010년 기준으로 공시지가 213억원 상당의 땅을 1205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설립한 SPC ‘대광’은 2010년 기준 공시지가 34억원 정도의 땅을 372억원에 사들였고, ‘지도개발공사’는 공시지가 14억원인 땅을 131억원에 매입했다. ‘상운’ 역시 공시지가 38억원인 토지를 318억원에, ‘SJ&파트너스’는 공시지가 91억원 토지를 249억원에 사들였다. 특히 이들 토지는 2005∼2009년 사이에 집중 매입됐고 당시 공시지가는 2010년보다 더 낮았기 때문에 실제 구입금액을 당시 공시지가와 대비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고 의원은 설명했다.
고 의원은 “터무니없이 비싼 땅값이 지불된 배경에 저축은행 대주주나 구 정권 실세들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미리 사업 부지를 사들인 뒤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SPC가 사들인 땅은 대부분 임야 등으로, 평소 거래가 잘 되지 않았던 땅이고 일부 토지는 미성년자나 외지인이 매입해 전매한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이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당시 정권 실세와 이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미리 차명으로 토지를 사들였다 비싸게 팔아넘긴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이어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했던 신안리조트개발사업은 서민들의 예금으로 ‘비싼 땅 사주기 프로젝트’를 한 것에 불과했다”며 “차명으로 토지를 매입한 투기세력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 예금주 비상대책위 관계자도 “부산저축은행이 국내외 120여개 사업장에 투자를 하면서 대부분 토지 매입가를 10배 가까이 부풀린 의혹이 있다”며 “부풀린 돈을 비자금 또는 정치자금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측은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한 은행 간부는 “관광지 땅을 공시지가로 살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느냐”며 “실거래가보다 조금 싸게 땅을 구입했고 신안 현장에 내려가 보면 바로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시지가가 높으면 농민들이 세금을 많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강제로 낮춘 것으로, 이 때문에 실거래가격이 공시지가의 수십 배에 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