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캄보디아로 대규모 송금 前 ‘문제’ 소지 없애기?

입력 2011-07-20 21:43

금융감독원이 2006년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프놈펜 신도시 개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문제 없다’고 유권해석한 것을 놓고 정치권과 금융권이 전 정권 차원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특수목적법인(SPC)에 원화 대출할 경우 저축은행의 해외 PF 대출은 가능하다고 밝힌 유권해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많았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일 “해외 PF 자금을 SPC에 원화 대출할 경우 돈을 빌리는 국내 본사와 실제 자금 사용자인 해외 사용자가 달라 자금이 해외에서 용도 외로 사용될 우려가 있고, 담보취득도 여의치 않아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당시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환 업무 취급이 불가능한 저축은행에 사실상 외국환 업무 취급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컸다.

금감원도 검토의견에 “해외 PF 대출은 국내 PF 대출보다 훨씬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위험 관리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해외 PF 대출을 금지하기 어렵고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 허용한다”고 결론냈고, 이는 5000억원에 달하는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신도시 투자금 가운데 3000억원 가량이 용처도 없이 증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권해석이 이뤄진 시기 역시 의혹을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는 2004년부터 캄보디아 훈센 총리 면담을 통해 사업 설명을 했고, 2005년 12월 캄보디아 국무회의의 사업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은 사업승인도 나기 전 LMW를 통해 2005년 8월부터 캄보디아에 121억원 송금을 시작했다. 공교롭게 금감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기 3개월 전인 2006년 8월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PF 대출에 사실상 허가를 내줬다. 따라서 2006년 말부터 2007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캄보디아 PF 자금 대출 전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측이 금감원에 유권해석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현 여권 내부에선 캄보디아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자금이 대거 투입됐던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정상회담 다음달에 북한과 캄보디아 양국 간에 ‘투자 및 송금 협정’이 체결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부산저축은행 자금의 ‘대북 송금설’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기획재정부 외국환 업무 담당자 등을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 증인채택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투자금 가운데 3000억원이 증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감정평가회사에 의뢰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으로 갈 돈 자체가 없다. 캄보디아에 다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한장희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