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美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美 경제 하반기 호전… 세제 개혁해야 재정적자 개선”
입력 2011-07-20 21:43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경제 상황에 대해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이미 부도가 난 것이고, 이를 인정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해체도 주장했다. 각종 통계지표와 시장의 실시간 정보를 근거로 미국과 세계경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를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만나 경제전망을 들어봤다.
-현재 국가부도 사태 위기상황을 해결한 뒤의 미국 경제를 전망한다면.
“정치권이 타협안을 마련할 것이다. 아마도 세금을 조금 올리고, 재정 지출은 좀 줄이는 방안을 선택하면서 일종의 타협점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 국가부도 사태 위기를 잘 넘기면 단기적으로 경제에는 좋을 것이다. 일단 상반기는 아주 나쁘고,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나아질 것이다.”
-하반기에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근거는.
“일단 4월 중순을 정점으로 원유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 기름값 하락은 감세와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러면 소비가 좀 더 일어나게 된다. 둘째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해결돼 가고 있다. 소프트패치(경기회복 뒤 일시 경기하강)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셋째는 현재의 통화정책으로 좀 더 유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아주 좋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상반기 성장률은 2.3∼2.5%, 하반기에는 2.7∼3%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5∼6% 성장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고용이 썩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 특히 한계세율 인하와 각종 감면 정책을 폐기하는 등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인위적인 기업 세금 감면은 결국 생산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허점(loophole)들을 없애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이 좋아지게 된다. 그러면 세금이 많이 걷히게 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주 3차 양적완화(QE) 조치를 시사하는 언급을 했다가 바로 다음날 말을 바꿨다. 3차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은.
“말을 바꿨다기보다 자신의 언급에 대한 해석이 과도해서 다시 분명히 말한 것이다. 내 생각으론 3차 양적완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 2차 조치는 그런대로 장점이 많았지만, 3차는 오히려 단점이 부각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벌써 부도가 난 것이다. 생선이 이미 썩어서 냄새가 나는데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생선은 더 썩고 더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1990년대 일본이 꼭 그랬다.”
-해결 방안은.
“독일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 돈을 많이 빌려줬는데, 부실 채권임을 인정하고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유로존을 깨야 한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화폐로 대등하게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경제 체급이 다르지 않은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80년대 미국 은행들이 남미에 돈을 많이 빌려줬다. 대출금이 부실 조짐을 보이자 가장 많이 빌려준 씨티은행이 (초기에) 부실 채권임을 선언하고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당연히 다른 미국 은행들도 따라했다.”
-한국 경제의 평가와 전망은.
“2008년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관리해 극복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아 세계경제가 하강하니 너무 타격을 받는다. 그렇다고 내수를 늘릴 형편도 못 된다. 고령화도 내수 확대의 걸림돌이다. 가계 부채도 너무 높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미
국보다 높다. 이런 것들이 성장의 제약 요인이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분야로 이동해야 한다. 자동차 조선 전자 등으로 버텨 왔지만 한계점에 왔다. 미국은 서비스 산업이 80%다. 금융 의료 유통 등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특히 금융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금융은 국내에서는 잘하고 있는데 국제 금융계에서는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제조업은 카피하기 쉬운데 서비스 분야는 카피가 어렵다. 그래서 해외의 큰 금융기관을 사는 게 한 방법이다. 그래야 네트워크도 가져올 수 있고, 선진 금융기법도 가져올 수 있다.”
손성원 석좌교수는
손성원(67)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정확한 경제전망을 예측하는 전문가로 통한다.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톱5 이코노미스트’에 선정한 인물이다. 2002년에는 블룸버그가 경제성장률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로 꼽았다. 1944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미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발탁되기도 했으며,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과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을 지냈다.
워싱턴=글·사진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