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대책] “시민들 오랜 민원”-“명백한 인권 침해”… 서울역-복지단체 공방

입력 2011-07-20 21:38

서울역이 8월부터 역사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한 조치에 대해 찬·반 양론이 불붙고 있다. 코레일 측은 “노숙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코레일은 20일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의 구걸과 폭언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자 8월부터 심야 시간에 역사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300여명을 밖으로 내보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하루 평균 30만명이 몰리는 서울역의 이미지 제고도 고려한 조치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구걸 행위를 하며 시민들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때리는 경우가 많아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서울역은 국가 공공시설물로서 테러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측은 이미 노숙인들과 개별 상담을 통해 오후 11시 이후 심야 시간엔 노숙을 하지 말고 인근 복지시설로 자리를 옮길 것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역 측은 노숙인들이 8월 이후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용역업체까지 동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갈 곳을 잃은 노숙인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거 조치가 나왔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도 새벽 시간에 청소를 한다며 청원경찰을 불러 노숙인들을 2시간 정도 내보내 노숙인들이 뒤숭숭해 하는 분위기”라며 “노숙인들이 역사 바깥으로 밀려날 경우 기존 시설로는 소화하기 힘들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역사에서 쫓겨난 노숙인들이 역사 광장 등에서 묵을 가능성이 높아 외관상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인근의 한 파출소 관계자는 “300여명이나 되는 노숙인들이 역사에서 쫓겨나 인근 광장과 마트 등으로 몰릴 경우 소란과 사고가 잦아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용역업체를 동원해 권유가 아닌 사실상 강제 퇴거 시킨다는 점에서 노숙인들의 인권침해도 우려된다.

서울시노숙인복지시설협회 서정화 사무국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역을 노숙인이라고 해서 강제로 내쫓는 것은 반인권적 조치”라며 “무조건적인 ‘노숙인 밀어내기’가 아닌 다른 방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거빈곤자를 돕는 ‘해보자 모임’의 박철수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도 그들이 이뤄온 커뮤니티가 있고 어울려 살고 있는데 갑자기 강제로 흩어 놓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