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수 남몰래 방랑기(8)

입력 2011-07-20 17:19

내 자식, 당신 자식, 우리 자식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좀 늦은 저녁, 주택가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에서인가 찬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귀가 번쩍했습니다. 요즈음 가정예배가 흉년이기 때문입니다. 나 예수는 대문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그 예배를 위하여 기도로 응원했습니다.

예배 인도는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맡았고 말씀은 중학생 딸이 대표로 읽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푸는 것은 엄마의 목소리였습니다. 엄마는 딸이 읽은 말씀 가운데,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는 요절을 다시 한 번 모든 가족에게 복창 시켰습니다.

“지난주일 예배 때 우리교회 목사님이 이 말씀을 풀어주셨는데 예수님의 십자가 최후 기도는 바로 어머님 마리아에게서 배우신 것이라고 하셨거든. 마리아는 저녁이 되어 잠을 자는 것은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혼을 하나님 손에 맡아 달라고 자녀들을 가르쳤고, 아침에 잠이 깨어 일어나는 것은 부활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하셨대.”

거기까지 들은 나 예수는 그 설교목사에게 손뼉을 쳐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았습니다.

“너희들 알다시피 우리 가정은 너는 아빠가 데리고 온 아들이고, 너는 엄마가 데리고 온 딸이고, 막내는 아빠 엄마가 낳은 애가 아니냐. 하나 되기가 참 어려운 가정이다. 허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하여 십자가 지고 사랑의 가정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기쁘냐.”

그리고는 이어서 기도초청을 했습니다.

“우리 가정 다섯 식구가 모두 구원받은 가정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오늘 저녁에 영혼을 하나님 손에 맡겼다가 내일 아침에 꼭 돌려달라고 기도하자.”

이내 목소리를 함께 내어 기도하는 소리가 집밖으로까지 들려나왔습니다. 엄마는 애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아빠의 기도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딸은 씩씩한 음성이었습니다. 어린 막내는 맨 끝에 가서 ‘아멘’만 크게 소리 질렀습니다. 나 예수가 가르쳐 준 기도문을 외운 뒤 가정예배를 마쳤고 이어서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보. 지난 주일에 목사님께서 우리 가정에 무어 중요한 일을 말씀하신 것 같던데....”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나 예수는 축복기도만 해 주고 떠나려다가 무언가 더 좋은 간증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귀를 쫑긋하고 조금 더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 주일에 우리를 모범가정으로 뽑아서 표창하기로 했다고 하셔요. 그래서 내가 극구 말렸지요. 그렇게 하시면 우리는 이 교회에 못 나온다고요. 내 자식, 당신 자식, 우리 자식이 모여 사는 게 한꺼번에 폭로될 터인데 어떻게 교회생활을 할 수 있겠어요.”

그 말을 듣자 나 예수의 눈에서도 눈물이 찔끔 흘렀습니다. 그건 내가 직접 체험한 고통이었기 때문입니다. 나 예수는 어머니의 아들이었고 다른 형제자매는 어머니와 아버지 요셉의 자녀였거든요. 그래 그랬는지 아우와 누이들이 한 때나마 어머니와 맏형인 나 예수의 속을 팍팍 섞였습니다.

그런데 십자가 믿음으로 저토록 아름다운 가정이 되었다니요......그들 모두가 하늘나라에 오는 날 큼직한 모범가정상 하나 수여하렵니다.

이정근 목사(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