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우연일까, 기도의 응답일까
입력 2011-07-20 17:52
조지 밀러라는 목사님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수많은 고아들을 길러낸, 고아들의 아버지. 그 목사님이 가진 것이라고는 오로지 기도밖에 없었다. 그 목사님은 하루에 2시간 이상 기도했다고 한다. 어느 날, 양식이 떨어져 아이들이 굶을 때 목사님은 하나님께 기도했고, 얼마 가지 않아 먹을 것을 실은 트럭이 고아원 마당으로 들어섰다고 했다. 또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런 저런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목사님은 간절히 기도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만큼만 목표를 잡고 오로지 하나님에게 매달렸다. 하나님은 번번이 목사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만도 5만번이 넘었다고 하니,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다. 한데 정말 그게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조지 밀러 목사님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을 지나고 한국전쟁이 끝난 뒤 우리나라에도 고아들이 많았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 고아들을 데려다 알뜰히 키우신 분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윤치호 목포 공생원 원장이 바로 그분이다. 그 역시 가진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그도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굶을 때 아이들과 함께 기도했다. 아이들이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밖에는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그때 공생원 안으로 리어카 한 대가 들어왔다. 그 리어카 안에는 먹을 것이 가득 들어 있었다. 사연인즉, 그날이 리어카 주인의 아버지 환갑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고 음식을 푸지게 장만했다고 했다. 한데 비가 오는 통에 예상보다 사람이 적게 왔고, 더운 날에 음식도 금방 상할 것 같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처럼 기름진 음식들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이것은 기적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다시 조지 밀러 목사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 목사님은 돌아가실 때 하나님이 자신의 모든 기도를 다 들어주셨노라고 감사해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믿지 않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부디 하나님을 믿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목사님이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목사님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그 친구를 위해 기도했다. 친구가 하나님을 알게 해 달라고.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친구가 하나님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교회에 나가자고 이끌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조지 밀러 목사님의 기도는 모두 다 이루어졌다.
이것은 기적일까? 그냥 우연일까? 정말 하나님이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나 또한 내가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내가 그 암울하고도 힘들었던 날들을 돌파할 수 있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토록 소원이었던 작가가 된 일도 그러하며,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 공부도 마찬가지다. 나는 기도했다. 작가가 되게 해 달라고, 공부를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그냥 우연일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주변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믿는 사람들에게 면박을 주고 교회를 욕했다. 그는 지독히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 미움의 뿌리가 하도 깊어, 그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는 듯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 한데 오랜만에 그 사람을 만났는데 놀랍게도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것도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기적일까?
나는 그 모든 일을 내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님을 믿는다. 진실로, 진심으로, 한 점 거짓도 없이,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셨다고 믿는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오늘의 내가 있고, 그 사람이 하나님을 알게 될 수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나 또한 조지 밀러 목사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기도의 응답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시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살다보면 어떤 순간에는 기도밖에 답이 없음을 깨닫는다. 고백하거니와 기도는 나의 힘이다.
■ 은미희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2001년 ‘비둘기집 사람들’로 삼성문학상을 받았다.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나비야 나비야’ 등 다수. 광주(光州)순복음교회를 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