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겨내며 봉사·전도하는 한국교회의 풍경
입력 2011-07-20 16:01
[미션라이프] “아마 40도는 될 거에요. 우린 매주 공짜 사우나를 해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상암동 상암월드교회 5층 식당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혔다. 33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도 식당봉사를 하는 6명의 성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10여명의 전도대원에게 대접할 국수를 삶고 있었다.
교회라고 해서 불볕더위를 피해가는 건 아니다. 거리에 나서는 전도자와 저소득층 봉사 대원, 식당 봉사자, 교회 관리인, 목회자에게 더위는 이겨낼 만한 어려움이다.
16년째 식당일을 도맡아하는 권경자(69) 씨는 오이를 썰다 입을 열었다. “세상에 저번 주까지만 해도 1개에 500원 하던 오이가 두 배나 뛰었어요. 장마에다 더위에 채소들이 타들어가기 때문이라네요. 무 배추 돼지고기 값이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이번 주와 저번 주가 다르다는 게 착착 피부에 와 닿아요. 한정된 재정으로 성도들을 먹여야 하니 고민이 많죠.”
식당엔 에어콘과 대형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가스레인지 3개에서 뿜어 나오는 열을 그대로 돌리고 있었다. 60인용 대형밥솥 6개와 150인용 국통까지 이용하는 주일이면 18㎡의 공간은 찜질방으로 변한다.
국수를 뜰채로 퍼 올리던 허성숙(56) 씨는 “주일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고 와도 교회 식당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면 금세 다 지워지고 다 풀어진다”면서 “하지만 토요일과 주일 성도들이 밥을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기만 하다”며 땀에 젖은 머리를 묶었다.
전도대원에게도 더위는 고역이다. 모자와 손수건, 부채는 필수다. 조미향(53) 사모는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전도를 하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면서 “그늘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가게 주인에게 전도도 할 겸 시원한 음료를 사먹고 있다”고 웃었다. 이영자(66) 씨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40도는 넘는 것 같다”면서 “발이 뜨끈 거리고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지만 그만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만간 주일학교 여름 행사가 진행되면 교회는 하루 종일 냉방기기를 돌린다. 한창 더울 때 교회 입구에 물을 뿌린다는 박진만 부목사는 “이번 주말부터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는 데 하루 종일 건물 전체에 에어콘을 가동시켜야 할 것”이라며 “아마 겨울보다 전기세가 2배 이상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 목사는 “영유아부는 옥상에 천막을 치고 점심 때 풀장을 펴고 물놀이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폭염이 닥치면 교회의 저소득층 돕기도 바빠진다. 고영기 목사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주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어떤 분들은 전기세가 아까워 선풍기마저 끄고 지내는 분들도 있다. 교역자들에겐 이런 분들에게 각별히 신경 쓸 것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