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창우 (16) 저소득층 무릎관절 환자 시술에 온 힘
입력 2011-07-20 18:37
병원 개원 후 2년간은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갔던 것 같다. 무릎관절 수술 환자가 대부분 65세 이상의 노인인 데다 심장병 고혈압은 기본적으로 갖고 계셨기에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수술 부위를 열어보면 대부분 연골은 닳아 없어지고 뼈끼리 부딪혀 극한 통증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양쪽 엉덩이 연골이 모두 마모돼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환자도 있었다. 게다가 광림복지재단과 손잡고 전국 미자립교회 목회자나 생활이 힘든 저소득층 어르신을 추천받아 수술을 진행하다 보니 29개의 병실은 금세 상태가 심각한 노인들로 가득 차게 됐다. 순식간에 병원은 커다란 중환자실이 됐다.
“이곳은 저 이창우 개인의 병원이 아닙니다. 나와 아내는 병원을 개인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한목자병원은 예수님이 주인이신 병원입니다. 우리는 선교를 할 사람들입니다. 부디 이곳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커가는 시간을 가지세요.”
초창기 직원들은 기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를 할 정도로 사명감에 불탔다. 나 역시 존스홉킨스대학병원과 피츠버그대학병원에서 배운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그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환자들을 맞이하다 보니 피로감이 누적됐다. 개원 8개월째 되던 어느 날 간호사 한명이 찾아왔다.
“원장님 상담을 좀 하고 싶습니다.” “예, 무슨 일이죠.” “3교대 근무가 힘들고, 중환자들이 많다 보니 힘에 부칩니다.” “병원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중에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다른 배려를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병원장인 저도 월급을 받지 않고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정상화가 되면 그때 성과에 대한 배분을 반드시 할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럼 그만두겠습니다.” “예?”
그렇게 한 시간 간격으로 8명의 간호사가 연속으로 상담을 요청해 왔다. 한두 명이면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였겠지만 이건 선전포고와 같았다. 15명의 직원 중 8명이 빠져나가면 사실상 병원 업무는 마비된다. 사실 중소형 병원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병원장들은 마지못해 임금을 올려주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간호사들이 하자는 대로 가게 된다. 곧바로 병원 내 기도실로 향했다.
“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병원이 그들의 요구사항대로 끌려가다간 선교 사명이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수술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간호사가 많지 않아 병원 운영에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장시간 기도 후 결심을 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물론 병원 업무가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힘든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렇게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선교병원으로 가기 위해선 조금씩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 신앙으로 모인 분들 아닙니까. 그래서….”
직원들의 눈이 모두 내 입술로 향했다.
“병실을 폐쇄하겠습니다. 이곳을 떠나실 분은 떠나셔도 좋습니다.” 전혀 의외의 반응이라 생각했는지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날로 8명의 간호사가 병원을 떠났다.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서운했다. ‘선교병원이 이렇게 망하나 보다’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선한목자병원을 망하게 두시지 않았다. 주님은 준비된 간호사를 한두 명씩 연이어 보내셨다. 남은 5명의 간호사와 신입 간호사에게 미국 유학 중 경험한 선진 의료 시스템을 전수시켰다. 그렇게 훈련된 간호사들이 병원의 대들보 역할을 하며 2004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의료선교에 같이 뛰어들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