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엔高”… 한국이 웃었다

입력 2011-07-19 18:55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잠시 약세로 돌아섰던 엔화가 최근 급격히 강세로 돌아섰다. 대지진 후폭풍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일본 주력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는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19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시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08엔 떨어진(엔화 강세) 79.04엔을 기록했다. 대지진 뒤 4월 초 달러당 85엔을 넘어섰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 재정위기에 따른 달러 약세 등의 영향으로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12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80엔 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 강세는 주요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준다. 특히 최근 원화 강세의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엔고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50만 달러 이상 국내 수출기업 2000곳을 설문조사해 발표한 ‘2011년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중 21.8%가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를 가장 큰 수출 애로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엔화 강세에 대해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전기전자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줄어드는 데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지난 15일 내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며칠간 엔화의 움직임은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다”며 “정부는 엔화의 강세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는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있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재정위기로 유로화와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대지진 피해를 만회하며 반등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도 엔화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환율이 달러당 75엔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엔화 강세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원화 절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는 일거양득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